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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으로 즐기는 '개항로 맛캉스 여행'

개항로는 1883년 개항 이후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고 쇠퇴했다. 근현대의 문화유산과 서민의 옹골진 삶이 녹아 있는 개항로에는 먹어봐야 할 것, 구경해야 할 곳이 차고 넘친다.개항로에는 역사를 품고 있는 노포와, 청년들이 만든 트렌디한 가게가 어깨를 맞대고 있는 곳이다. ‘개항로 프로젝트’와 ‘푸디온’이 만나 개항로 맛캉스 여행을 기획했다. 

‘OLD & NEW’ 미식투어는 개항로에서 건축, 역사, 지역이 품고 있는 속 깊은 이야기를 들으며 골목을 탐험해 노포와 트렌디한 젊은 가게의 음식을 동시에 경험하는 코스다. 첫 번째 코스를 시작으로 20개가량의 코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개항로 프로젝트'는 역할이 끝난 공간을 재구성하여 시대에 맞는 콘텐츠로 디자인하는 팀이다. 도시를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믿고, 지역마다 존재하는 콘텐츠의 가치를 이끌어내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푸디온'은 음식을 매개체로 새로운 경험을 디자인한다. 지역의 농산물, 음식 콘텐츠를 활용해 미식 관광상품을 만들고 여행객이 지역으로 올 수 있도록 매력적인 미식 경험을 기획하고 연구한다. 

지역이 매력적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핫한 카페가 많아졌을 때보다 이야기가 풍성할 때이다. 개항로 미식관광은 음식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건축, 역사, 음식문화, 각 가게의 스토리를 알려 로컬의 찐 향기를 경험할 수 있다. 

개항로 프로젝트 본부에서 맛캉스 투어와 개항로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투어가 시작된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온 듯 투어 참가자의 이름이 적힌 카드와 굿즈가 맞이한다. 에코백, 컵, 배지, 볼펜, 개항로 음식점들의 할인쿠폰, 스티커, 개항로 프로젝트 소개 책자가 알차게 들어있다. 

‘OLD & NEW’ 미식투어가 기획한 첫 번째 코스는 태원 잔치국수, 인천당, 메콩사롱, 개항로 고깃집, 개항면, 라이트하우스, 개항로 통닭, 신포시장, 인천 맥주를 차례로 방문한다. 노포와 젊은 가게를 넘나들며 코스요리로 개항로 음식을 맛보고 인천 맥주에서의 양조장 투어로 마무리한다. 투어가 끝난 후엔 태원국수에서 주신 직접 만든 소면, 개항로 맥주로 파란색 에코백이 두둑하게 채워져있다. 


오래된 공간에서 대를 이어 장사를 하는 곳, 병원을 리모델링해 멋들어진 카페로 탈바꿈 한 곳, 신기하게도 어느 곳에 가도 음식 맛은 기본이고 흐르는 분위기가 비슷하다. 오래된 건물이 가진 흔적을 잘 살리면서 각자의 개성을 더한 덕분이다.

태원 잔치국수 

대를 이어 면을 뽑고 국수를 만드는 곳이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제면소를 아들 내외가 물려받아 아들은 여전히 면을 뽑고, 아내는 면을 삶아 국수를 만든다. 비빔국수와 잔치국수 두 종류를 모두 조금씩 맛볼 수 있다.  

인천당

태원 잔치국수와 이웃한 인천당은 부부가 58년째 운영하고 있는 생과자 집이다. 여전히 기계의 도움 없이 화덕과 신주로 과자를 굽는다. 과자의 무게를 다는 저울마저도 정겨운 곳. 생과자를 종류별로 사서 오물오물 먹으며 개항로 거리를 거닐어 보시길!

메콩사롱 

들어서는 순간 베트남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든다. 남매가 운영하는 건강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식당으로, 쌀국수, 반미, 스프링 롤 등 모든 메뉴가 기본 이상의 맛을 자랑한다. 미식투어에선 반미, 스프링롤, 깔라만시 티를 가볍게 맛볼 수 있다. 

개항로 고깃집

도살장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아들과 딸이 운영하는 고깃집이라 다른 식당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특수부위를 저렴하게 판매한다. 쫀살이라 불리는 턱살, 갈비와 갈비 사이의 늑살이 인기 메뉴다. 간수를 뺀 신안 소금을 살짝 찍어 먹고, 고추냉이를 곁들여 먹고, 밑반찬을 곁들여 쌈을 싸 먹다 보면 어느새 고기가 사라져 있다. 

개항면 

한국인이라면 한입 떠먹고 ‘아 시원하다~’ 하는 감탄사를 내뱉는 DNA를 가지고 있는 진한 사골 국물에 굵은 중면을 말아먹는 온수면, 우삼겹과 계란 노른자, 쪽파와 양념장을 쓱쓱 비벼 먹는 비빔면으로 유명한 곳. 매일 담그는 김치의 시원함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국수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우리나라 쫄면의 산실인 광신 제면소와 협업해 개발한 면을 사용하는 OLD & NEW의 대표적인 곳이다. 

라이트하우스

산부인과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일광 전구의 쇼룸 겸 카페다. 우리나라의 대표 백열전구 브랜드답게 공간 곳곳을 화려한 전구로 채웠다. 산부인과였던 공간의 흔적과 당시 부유한 집안이었을 병원장의 사택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스페셜티 커피와 수준급 베이커리는 덤이다. 

신포시장 

닭강정으로 유명한 신포시장은 인천 최초 근대 상설시장으로 다양한 주전부리를 파는 달인들이 모인 곳이다. 두툼한 수제 핫바, 찐빵, 숯불에 굽는 김 등 온갖 주전부리가 유혹해 한걸음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 

개항로 통닭 

추억을 찾는 60대 어르신부터 트렌디한 공간을 찾는 20대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전기구이 통닭집이다. 바닷가에서 산책하는 80년대 연인, 어느 국민학교의 졸업앨범, 옛날 다방에 있었던 커다란 어항까지, 가게 곳곳의 신경 쓴 듯 신경 쓰지 않은 듯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여름밤에는 야외 테이블까지 바글바글하다. 

인천 맥주 

미식 투어 마지막 코스로 양조장 투어를 할 수 있는 인천 유일의 맥주 양조장이다.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고 탱크에서 바로 뽑은 갓 만든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상큼한 에일, 경쾌한 라거 등 인천 맥주의 대표 맥주들을 구매할 수 있다. 

개항로 미식 투어는 하루에도 끝낼 수 있지만 꼭 1박을 하며 머무르길 추천한다. 개항로 주민들과 섞여 늦게까지 운영하는 노포에서 술 한잔 기울여보거나, 100년이 훌쩍 넘은 근대 건물에서 울려 퍼지는 재즈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날 개항로를 여행하며 넘쳐나는 노포 맛집을 방문해봐야 한다. 개항로에만 40년 이상 된 노포만 60곳이 넘으니, 다시 와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개항로 미식관광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gaehangfood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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