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평소답지 않은 전화였다. 국철 1호선 급행열차를 타고 인천으로 내려가는 길이 내 마음보다 느린 속도로 달렸다.
그만큼 내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평소라면 당연히 도착할 시간에 도착하니까 동생이 전화할 필요가 없는데..
또 빨리 오면 좋겠다는 그 목소리가 뭔가 불안했다.
도착한 집은 뭔가 낯설었다. 분명 난 낮에 도착했는데 집이 어둡게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항상 반갑게 맞아 주는 강아지마저 기운이 없는 듯해 보였다.
동생은 가만히 내 옆에 와서 손을 잡았다. 얘가 왜 이러지? 싶었을 때
엄마 아빠 얼굴이 들어왔다.
내가 봤던 부모님의 얼굴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 마주하는 얼굴이었다.
“왔니? 엄마, 아빠가 할 말이 있어. 앉아봐”
아빠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기로 했어. 이미 8일 날 결정을 했고 너네들 생각이 듣고 싶어서 말하는 거야”
그 이후로도 계속 아빠가 이야기를 했지만..
1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내용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너무 충격이고 또 내가 전혀 알 수 없던 상황이라 머릿속이 백지가 되었나 보다.
울지도 못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한 손은 동생 손을 잡았고 한 손은 무릎 위에 올라와 있는 강아지만 무의식적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큰아빠가 오셔서 동생과 나만 데리고 안방에서 이야기를 하셨다. 우리를 안심시키고 이해시키기 위한 많은 말은 들었지만 그땐 그 모든 말과 시선이 이해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