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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 그리다 Oct 12. 2021

아플 땐, 말해도 돼. 힘들 땐, 울어도 돼. 서럽게.

나와 나의 아주 특별한 이혼 가족 이야기 (2)

1. 2003년 5월 8일 (2)


“언니 어디야? 언제 집에 도착해?”


“나 곧 있으면 영등포야. 1시간 정도면 집에 가겠지.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야, 그냥 빨리 와. 오면 말할게. 근데 빨리 오면 좋겠어. 빨리..”




 뭔가 평소답지 않은 전화였다. 국철 1호선 급행열차를 타고 인천으로 내려가는 길이 내 마음보다 느린 속도로 달렸다.

 그만큼 내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평소라면 당연히 도착할 시간에 도착하니까 동생이 전화할 필요가 없는데..

 또 빨리 오면 좋겠다는 그 목소리가 뭔가 불안했다.


 도착한 집은 뭔가 낯설었다. 분명 난 낮에 도착했는데 집이 어둡게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항상 반갑게 맞아 주는 강아지마저 기운이 없는 듯해 보였다.

 동생은 가만히 내 옆에 와서 손을 잡았다. 얘가 왜 이러지? 싶었을 때

엄마 아빠 얼굴이 들어왔다.


 내가 봤던 부모님의 얼굴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 마주하는 얼굴이었다.

 



“왔니? 엄마, 아빠가 할 말이 있어. 앉아봐”

 아빠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기로 했어. 이미 8일 날 결정을 했고 너네들 생각이 듣고 싶어서 말하는 거야”

 

그 이후로도 계속 아빠가 이야기를 했지만..


 1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내용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너무 충격이고 또 내가 전혀 알 수 없던 상황이라 머릿속이 백지가 되었나 보다.


 울지도 못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한 손은 동생 손을 잡았고 한 손은 무릎 위에 올라와 있는 강아지만 무의식적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큰아빠가 오셔서 동생과 나만 데리고 안방에서 이야기를 하셨다. 우리를 안심시키고 이해시키기 위한 많은 말은 들었지만 그땐 그 모든 말과 시선이 이해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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