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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 그리다 Oct 14. 2021

아플 땐, 말해도 돼.
힘들 땐, 울어도 돼. 서럽게.

나와 나의 아주 특별한 이혼 가족 이야기 (4)

2. 시간을 흘려보내다. (2)


 겨울 어느 날 혼자 영화 [시월애]를 봤다. 그리고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소리를 지르며 오열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가 끝난 후 집이 어두워진 후 까지도 몇 시간을 미친 듯이 소리치며 울었다.

 

조금은 괜찮아진 것 같았다. 스스로도 이상할 만큼 오래도록 울었다.


 '이제 그만 울어야 돼. 엄마랑 동생이 집에 올 시간이야...'

라는 내 안의 이성이 말을 했지만 한번 터져버린 울음은 멈추기 싫은 듯,

 그동안 참았던 시간만큼을 한 번에 내보내듯 계속 흘러나왔다.


 그 후로 매년 겨울이면 [시월애]를 혼자 보며 많이도 울었다.

 다 아는 내용, 다 외운 대사들 이였는데도 항상 울었다.

 '이제 그만 울어야 돼'는 마음속 아이가 소리치고 있었지만 그날만큼은 잠글 수 없는 망가진 수도꼭지처럼 눈물과 내 안에 무언가가 함께 밖으로 흘러나왔다.

 시원하게 울고 싶어서, 영화가 슬퍼서 울었다는 핑계를 만들 수 있어서 영화를 매년 봤던 것 같기도 하다.

 몸은 지치지만 머리와 마음은 다시 기운을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겨울마다 하루는 아무도 모르게 많이 우는 날이 생겼다.




 그리고 조금씩 내 상황을 알아차렸다. 

그 어느 때보다 반짝여야 되는 나의 20대의 앞부분을 그냥 흘려보냈다는 걸.

 어떤 것이든 재미있어하고 하고 싶고 궁금해하던 내 안에 어린아이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다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친한 친구들에게 몇 년 동안 말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며 스물한 살, 나의 5월의 일들을 이야기했다.

 친구와 함께 울었다. 그동안 아무 말 없이 나를 기다려준, 내 옆을 지켜준 내 오랜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러 나섰다. 

친구들 한 명 한 명을 따로 만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은 그냥 그 시절 갑자기 나에게 무슨 일이 있구나 막연하게 생각만 했고 세심하게 마음 써주지 못해서 또 먼저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는 왜 더 빨리 말하지 않았냐고 혼내듯 말하고 함께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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