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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레벌레 Sep 07. 2023

[작문] 이카루스 프로젝트

주제: 날개

 우주비행선의 선체가 육지와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지훈의 심장이 빠르게 뛰어왔다. 인류의 존속을 위한 이카루스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마지막 시도. 엄청난 굉음과 진동을 일으키며 이카루스가 착륙했다. 지훈은 자리에 앉아 심호흡을 하며 지난 날을 회상했다.




 지훈은 어린시절부터 미디어 속 우주비행사를 동경해왔고, ‘나도 언젠가는 우주에 가야지’라는 부푼 꿈을 안고 천문우주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길은 좁고도 험했다. 단념한 지훈은 어린시절의 꿈을 뒤로 한 채 대기업에 취직해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훈은 대학시절 연구실의 지도 교수였던 김우주 박사의 연락을 받았다. 인류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프로젝트에 참가하라는 제안이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이카루스’. 구체적인 내용은 언젠가 존속 위기에 직면할 인류의 미래를 위해 우주 상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새로운 ‘지구’를 찾아 나서는 것이었다.


 지훈은 어린 시절의 꿈이 되살아나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마음 속에 일종의 두려움이 이는 것 또한 느꼈다. 안정적인 삶을 모두 뒤로 한 채 먼 길을 떠나야한다.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 영영 못 돌아올 수도 있다. 프로젝트 이름도 이카루스, 덧없는 희망이라는 뜻이 아닌가. 고민하던 지훈은 김우주 박사를 만나 이에 관해 물었다. 김우주 박사는 ‘추락해 본 적이 없다는 건, 날아 본 적도 없다는 뜻이다’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는 반신반의하는 지훈을 끈질기게 설득해 프로젝트에 참가시켰다. 그리고 만반의 준비 끝에 우주비행선 ‘이카루스’는 지구를 떠났다.


 프로젝트는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후보 행성들을 대부분 탐사했지만 인류의 생존에 적합한 곳은 없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들로 지훈을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김우주 박사 역시 참변을 면치 못했다. 마지막 탐사를 떠나기 전 김우주 박사는 절망감에 빠져 있는 지훈을 불러 이야기를 하나 건넸다.


“젊은 시절 엄청 크고 예쁜 보름달을 본 적이 있었다. 너무 크고 예뻐서 더 가까이서 보고 싶더라고. 그렇게 한참을 걸었지. 그래도 달은 전혀 가까워지지 않더구나”


“…너무 멀리 있으니까요”


“그렇지. 나도 나중에 그 사실을 떠올렸어. 허무함에 웃음이 나더구나. 그리고 뒤를 돌았는데, 내가 걸어온 길 위로 석양이 지며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더구나”


“…”


“지훈아, 분명 우리의 날갯짓도 덧없지만은 않을거다. 내가 설령 못 돌아오더라도, 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마무리해 주렴”




 그리고 다시 지금, 마지막 목표 행성에 착륙해 호흡을 가다듬으며 지훈은 김우주 박사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지구로 돌아갈 연료도 부족하다. 기내의 산소 농도도 떨어져간다. 실패한다면 돌아갈 방법은 없고, 이 곳이 분명 나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라고 지훈은 생각했다. 이카루스의 선체 밖으로 나서기 위해 해치를 열기 직전, 지훈은 결심한 듯 큰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입고있던 우주복을 한 꺼풀씩 벗어 던졌다. 한층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지훈은 옆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쿠웅- 거친 기계소리와 함께 해치가 열리기 시작했다. 해치 틈새로 들어온 강렬한 빛이 지훈을 휘감았고, 지훈은 이에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실패인가, 지훈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지훈의 눈 앞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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