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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모국경 May 27. 2023

자유를 마(비 시키는) 약

1. 

2023년 5월 27일 토요일 9시 12분

2분 전 아들 방에서 알람 소리가 울렸지만 아들이 일어났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들은 알림 소리를 들었겠지만 여전히 잠을 자고 있다. 아니 누워있다.

아들은 오늘 학교는 가지 않지만 학원엘 가야 한다. 

9시 30분에는 현관문을 열고 나서야 한다.   

그러나 나는 깨우지 않는다.

토요일이라서 특별히 봐줘서 깨우지 않는 건 아니다.

학교 가는 평일에도 난 깨우지 않는다

지각할 수도 있다는 위험(?)이 내재되어 있지만 스스로 일어난다. 난 그걸 믿기 때문이다.

아니다 다를까 일어났다.

그리고 9시 34분, 4분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선다. 

4분 지각, 토요일의 융통성(?)이다.

   

2. 

아들이 입고 나서는 옷은 검은색이다.

요즘 입고 다니는 옷은 온통 암흑기다. 흑색밖엔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보라색 츄리닝을 사고 빨간색 바지를 사던 아들이 지금은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들이 어떤 색의 옷을 골라 입든, 쇼핑을 하든 나는 그냥 둔다.

사서 몇 번 입지 않을 것이 뻔히 계산되는 특이한 옷도 가끔씩은 산다. 그 조차도 그냥 둔다.

(돈이 아깝지만, 그래 네가 입지 않으면 엄마가 입을게 하고 조금은 관대한 편이다.)


3. 

금방 일어난 아이를 붙잡고 밥을 챙겨줘도 먹지 않는다.

우유 줄까? 바나나 맛있던데~ 도넛이라도 하나 먹지~ 초콜릿 까먹을래?

하지만 먹는 것도 여기까지만 한다. 빈 속으로 나가도 그냥 둔다.

꼭 먹여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  


일어나는 것도, 먹는 것도, 입는 것도, 그 어떤 것도

너 맘대로 맘 껏 살아라는 식이다.

순간순간 엄마로서 '방치'내지 '무심'은 아닌지 자책이 들기도 하지만 

'아니야~ 자유야~'하고 이내 나의 방관자적 교육관을 합리화시킨다.


난 자유가 좋다. 

그래서 나의 아들들도 자유롭게 이 세상을 살아가길 바란다.

단, 조건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나는 요사이 마약에 빠져 살았다.

이른 아침 눈을 떠서도 맨 먼저 들어오는 생각이 마약, 먹다가도 마약, 걷다가도 마약 

온통 머릿속엔 마약만 들어차 있었다. 그야말로 중독이었다.

마약예방교육을 하면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양귀비 꽃봉오리에서 진액을 말리면 아편이 되고 아편에 화학작용을 가하면 더 강한 모르핀이 되고

모르핀에서 화학작용을 가하면 마약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헤로인을 얻게 됩니다.

헤로인의 중독성은 한 번 헤로인을 접하면 끊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헤로인을 사기 위해 도둑질도 서슴없이 하게 됩니다. 가급적 비싼 고철(정크)을 훔쳐서 헤로인을 구매하기 때문에 헤로인 중독자를 '정키'라고도 부릅니다. 

코가인의 경우 환촉이 느낍니다.  몸에서 벌레가 길어 나오는 것 같아 자신의 몸을 칼로 자해를 가하거나 자신의 피부를 불로 지지기도 합니다.

합성마약인 향정(향정신의약품)은 더욱 위험합니다. 특히 향정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한다는 히로뽕은 소량만 복용해도 뇌의 회로를 손상시키고, 다이어트한다고 복용한다는데  살만 마르게 하는 게 아니라 뼈도 마르게 한다고 할 정도로 심각하며 치아도 손상시킵니다. (히로뽕 중독으로 끔찍하게 손상된 치아를 보여준다)

대마, 대마는 미치게 하는 약이라고 할 만큼 인지능력과 사고력에 영향을 미치며 우울, 불안, 불면등으로 정신질환을 일으키고 판단능력을 상실, 자살의 위험성도 있습니다. 합성대마는 액상으로 만들어져 전자담배로 많이 흡입하는데 이건 이름이 대마지 대마가 아닙니다. 단순 대마보다 더 위험한 향정으로 환각효과가 심하고 행동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 밖에  졸피덴, 케타민, GHB, 엑스터시 등은 성범죄에 주로 이용되는 마약입니다. 복용하면 스스로  몸을 가누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클럽에서 여성들을 타깃으로 많이 이용되는 마약입니다. 등등


마약의 효능을 억제제, 각성제, 환각제로 분류시키고 그에 따른 종류별 부작용을 하나씩 설명해 들어가면 입에 침이 말라 못하지 할 말이 없어 못하지 않을 정도로 많다.

그런데 어린 10~20대 청소년들이 술, 담배 정도의 호기심으로, 

마약도 한 번쯤은 하고, 호기심의 영역으로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데이터가 그렇게 말한다.)


10 ~ 20대,  그  아름다운 나이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긴 긴 이야기를 지루해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한 마디로 간략히 말해야 겨우 들어주는 우리 아이들에게,

마약의 위험성을 한 마디로 말하라고 한다면 

마약이란? '자유'를 빼앗는 '노예'가 되는 약이다 말해주고 싶다.    


마약의 마(痲)는 마비된다는 뜻을 지닌 단어이다.

단어에서 나타내주듯이 

나의 신체를, 나의 정신을 마비시켜 누군가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약이 마약이다. 

한 번쯤은 괜찮겠지?... 하는 그 결과는...

먹기 싫어도 강제적으로 먹을 수밖에 없는 강한 '의존성'

하나 먹으면 다음에는 두 개를 먹고, 두 개를 먹으면 다음은 네 개를 먹어야 하는 '내성'

그리고 안 먹고 버티겠다 하면 죽을 것 같은 '금단증상'으로 인해

마약은 평생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지불하고 바꾸는 '약'이다  말해주고 싶다.




부모로서  해 줄  단 세 가지    - 박노해 -


내가 부모로서 해줄 것은 단 세 가지였다.

첫째는

내 아이가 자연의 대지를 딛고 

마음껏 뛰놀고, 마음껏 잠자고, 마음껏 해보며 

그 속에서 고유한 자기 개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유로운 공기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

둘째는... (중략)

매일 아침이면 암송하는 박노해의 시다. 



엄마로서 나는 내 아들들이 마음껏 뛰놀고, 마음껏 잠자고, 마음껏 해 볼 수 있게 지켜주고 싶다.

경찰로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마음껏 잠자고, 마음껏 해 볼 수 있게 지켜주고 싶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공기'를 지켜주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  그 자유를! 마약 따위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지켜주고 싶다. 

  



아들은 학원이 끝나면 곧장 축구하러 간다고 한다.

이 비 내리는 날에도 

아들은 마음껏 뛰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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