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고 1 때 고민을 했다.
취업을 위한 진로를 선택할 것인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것인지
그때 현실적인 할머니는(시어머니는 현명하신 분이다.) '취업을 위한 진로를 선택하길 바란다.' 했고
난... 어머니 앞에서는 아무 말 못 하다. 아들과 둘만 남았을 때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길 바란다.' 말해줬다.
나는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시골 친정엄마는 돈 벌기 힘들다는 말을 '돈 나는 모퉁이는 죽을 모퉁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죽을 모퉁이까지는 아니어도 일을 하다 보면 힘든 순간과 마주한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힘든 순간이 왔을 때 이겨내는 힘이 다르다는 걸 난 경험으로 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해도 힘들다. 두렵다. 잘해 낼 수 있을지 언제나 두렵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해도 내일 당장 명퇴를 하고 싶을 때도 있고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해도 지나온 20여 년에, 남은 10년 남짓에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건 이 순간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도 함께 있고 무엇보다...
아직도 나는 가슴이 뛴다.
(내 경찰친구는 이런 날 가식일 수 있다 충고해 주었지만... 나는 가슴 뛰는 일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안다)
그래서 아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한다.'라고... 부족한 엄마는 아들에게 말해 줬다.
나의 조언(?) 때문은 아니겠지만 아들은 2학년때부터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대학과 관련학과를 정하고
조금씩 준비하는 것 같았다. 관련 서적도 읽고 관련 학과를 가기 위한 대입도 준비해 나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또 1년이 지나 아들은 고3이 되었다.
아들이 원하는 일은 '돈 벌기 힘든 일이다'라고 주위에서 종종 말해 준다. 걱정해 준다.
주위의 걱정을 종종 반복해 들으니 내가 틀린 건 아닐까 하는 흔들리는 마음이 생긴다.
좋아하는 것에 '잘한다'는 보장이 없어서다.
음악이나 미술, 체육처럼 성장하면서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영역이라면 판단이 좀 쉽겠지만 아들이 원하는 영역은 아들이 그쪽에 좀 흥미가 있다는 정도이지 아직 그 분야를 공부할 기회를 접해보지도 못했고 실습해 볼 수 있는 분야도 아니었다. 기껏 자신의 흥미와 몇 권의 관련 서적이 전부였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노동이 사라지고 그곳에 능력과 성공, 행복 그리고 부까지 따라온다'고 스티브 잡스 같은 성공한 유명인들이 말했지만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해서일까?
운 좋게도 좋아할 것 같은 일을 했는데, 아주 아주 운 좋게도 잘하기까지 해서는 아닐까?
좋아할 것 같아 선택했더니 나도 모르는 내 안에 소질이 있었고 덕분에 잘하게 되었고, 잘하게 되니 더 좋아지게 되었고~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선 순환을 일으켜 만든 성공이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니, 내가 내 일을 단순히 좋아해서가 아니었다. 나의 일로부터 성취가 함께 동반해서였다. 나름 잘해서였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에서다. 오해 없기를)
이 아이는 원래 꿈이 없다고 말하는 아이였다.
아이가 초등학교 시절
'난 꿈이 없는데 왜 자꾸 어른들은 꿈이 뭐냐고 묻는지 모르겠다.'라고 울상 짓던 아이였다.
아이들 초등학교 때 참관수업을 가면 꿈을 발표하는 일이 많았고, 교실 뒤편에는 자신의 꿈을 그린 그림을 붙여 놓았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나는 꿈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그때도 걱정하지 않았다.
남의 집 아이들이 다부지게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할 때 부럽기는 했어도, 그렇다고 내 아이를 걱정하지는 않았다. 아이가 꿈이 없다고 말하는 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모른다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고 초등학생이 그런 걸 선명히 알기엔 아직은 어린 나이였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잘 모른다. 내가 뭘 원하고 내가 뭘 잘하는지... 그런 면에서 난 정말 정말 운이 좋았을 뿐이다.
잘하지 못하는 일을 과연 지속적으로 좋아할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걱정이 앞서니
이제는 좋아함은 제쳐두고 아들이 원하는 일이, 아들이 잘해 낼 수 있는 일인지 먼저 계산하게 된다.
동시에 미안함이 밀려온다. 위인전 속 주인공 뒤엔 훌륭한 엄마가 있었는데...
자식들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그걸 성장시켜 주는 엄마가 있었는데...
나는 엄마로서는 재능이 없다. 재능이 없는데... 그럼에도 다시 태어나도 또 '엄마'하고 싶다.
이건 또 무슨 어불성설인지.
내 마음과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아 렴형미의 시로 마무리해 본다.
아들아
이 엄마 너의 심장은 낳아 주었지만
그 속에서 한생 뜨거이 뛰여야 할 피는
다름 아닌 너 자신이 만들어야 한단다.
네가 바라보는 하늘
네가 마음껏 뒹구는 땅이
네가 한생토록 안고 살 사랑이기에
아들아
엄마는 그 어떤 재간보다도
사랑하는 법부터 너에게 배워주련다.
그런 심장을 가진 재능은 지구 위에 조국을 들어 올리기에......
그런 심장을 가진 재능은 지구 위에 조국을 들어 올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