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에 매일 같은 규율 속에 엮여 살아가는 사람들은 법칙을 깨고 반항하는 이들의 자신감과 당당함에 매료되기도 한다. 덕분에 반항아들의 상징 중 하나인 가죽자켓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오늘은 가죽자켓의 간단한 역사, 필자가 소유한 가죽자켓 업체 Lewis Leathers를 포함한 주요 브랜드들 위주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가죽자켓의 배경
좌측부터 순서대로 A-1, A-2, G-1(영화 Top Gun의 포스터 이미지) 가죽자켓
수많은 의류의 기원이 그러하듯, 가죽자켓의 뿌리 또한 군대와 밀접해 있다. 1차 대전 당시 사용된 전투기들은 콕핏이 개방형이었다. 낮은 온도와 칼바람으로부터 파일럿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죽자켓이 보급되었다. (1927년 보급된 A-1 자켓 등) 당시에는 염소, 양, 말가죽을 주로 사용했다. 이후 30~40년대에도 공군 가죽자켓은 많은 개량을 거쳐 A-2, G-1(Top Gun에서 톰 크루즈 착용 모델)등 다양한 모델들이 등장했으나, 오늘은 라이더자켓에 더 집중하고자 하니 넘어가도록 하자.
두꺼운 자켓을 착용 중인 초기 오토바이 사용자
파일럿들 이외에도 가죽자켓을 애용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오토바이 라이더, 레이서들이다. 19세기 말 오토바이의 발명 이후, 라이더들은 사고 발생 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옷이 필요했다. 이들은 주로 두꺼운 천, 울, 가죽 등의 소재의 코트나 자켓을 착용했다.
Schott Perfecto와 이를 착용중인 말론 브란도
1928년 미국의 가죽자켓으로 유명한 쇼트(Schott NYC)의 Schott Perfecto가 발매되며 오늘날의 더블라이더 자켓의 기본 형태가 정해졌다. 쇼트의 경우, 아래와 같은 디테일들로 유명하다.
1. 가죽자켓에 최초로 지퍼 디테일 도입
- 최초로 사선의 지퍼 형태 사용
- 주머니에 소지품 보호를 위한 지퍼 사용
2. 버튼으로 라펠을 고정하는 기능
3. 버튼이 달린 D포켓
4. 과거 창기병들의 견장을 모티브로 한 Epaulettes
쇼트의 창립자 Irving Schott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가(cigar) 형태인 퍼펙토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The Wild One의 말론 브란도, 가죽 자켓을 착용 중인 제임스 딘
2차 대전 기간 동안에는 군용 보급 자켓 생산을 위해 Perfecto 생산은 중단되었으나, 1940년대에는 견장에 별이 하나씩 박혀 One star이라고도 불리는 Perfecto 613 모델을 공개했다. 이후 별 디테일이 사라진 618 모델이 등장했고, 1953년 말론 브란도가 그의 주연 영화 “The Wild Ond”에서 해당 모델과 청바지를 착용하며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영원한 반항아, 제임스 딘을 포함한 수많은 배우들이 가죽자켓을 입고 영화에 출연해 그 인기는 더욱 커지게 되었고, 가죽자켓과 청바지 스타일은 1900년대 중반 스타일을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Cafe Racer
특히 당시 영국과 미국의 비행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Cafe Racer”이란 서브컬처가 유행했기에 가죽자켓은 더욱 큰 인기를 끌었다. 저 “카페”라는 곳은 오늘날의 카페와는 다르게 우리나라로 치면 휴게소 같은 느낌의 가게로, “Rocker”이라고도 불린 카페 레이서들은 이 카페 2곳을 빠르게 이동하고 서로 경주를 하는 것을 즐겼다 한다. 자신들의 오토바이를 더욱 빠르고 가볍게 개조해 속도를 올리고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도 한다. 덕분에 오늘날에도 이들이 타던 오토바이와 유사한 형태를 “Cafe Race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가 등장하는 영화도 수없이 많은데, 기억나는 작품으로는 <Easy Rider>, 조니 뎁의 <Cry Baby>, <Grease>, Charlie Sheen이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Ferris Bueller's Day Off>등이 있다.
<Easy Rider>, <Cry Baby>의 조니 뎁, <Ferris Bueller's Day Off>의 찰리 신
오토바이 레이싱 문화가 저문 뒤에도 라이더 자켓의 거친 이미지는 60~70년대에 펑크 및 록 문화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명한 록밴드 멤버들이 가죽자켓을 착용하며 다시 한번 유행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시로 Ramones가 있고, T.Rex, Queen, 기타 등등 수많은 로커들이 가죽자켓을 애용했고 지금까지도 그렇다. 비행기와 오토바이, 영화와 음악의 영향을 타고 가죽 및 라이더 자켓은 오늘날까지도 많이 사랑받고 있다. 미디어에는 물론, 환절기에도 꼭 길거리에서 한두 명씩 착용한 것이 보인다.
Lewis Leather 소개
미국에 쇼트가 있다면 영국에는 루이스레더가 있다. 1897년에 설립되어 오늘날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가죽자켓 생산 업체인 루이스레더는 쇼트와 비슷하게 군용 및 라이더 자켓을 꾸준히 생산해왔다. 루이스레더의 트레이드 마크인 윙 로고 “AVIAKIT” 또한 파일럿들을 위한 가죽자켓을 생산해온 증거이다. “Perfecto”가 쇼트를 널리 알렸듯, 루이스레더는 1956년 발매된 “Bronx”모델을 통해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쌓았다. 앞서 말한 카페 레이서들 중 “59 club”이라 불리던 한 그룹의 리더들이 대대로 이 모델을 착용하였다. 그렇게 영국의 폭주족들 사이에선 루이스레더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후, 비틀스의 존 레논, Sex Pistolls, (앞서 말한) Ramones 등 영국 펑크 록 밴드들도 루이스레더를 착용하며 그 인기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키며 전문성을 지닌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까지도 “유행”보단 “물건”을 만들고 싶다는 정신으로 직접 소매와 기장을 측정하며 생산하는 소규모 생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Lewis Leathers의 391 Lightning, 551 Dominator, 60 Corsair
일본에서도 크게 인기가 있는 브랜드이며, 심지어 옛날 루이스레더를 전문적으로 복각하는 업체인 ”ADDICT CLOTHES”도 있다. 국내에선 GD가 착용하며 더욱 잘 알려지게 된 것 같으며, 주로 인기 있는 모델은 391 Lightning, 551 Dominator, 60 Corsair 등이다.
특징 및 장단점
Lewis Leathers 60 Corsair, 말가죽 모델이며 사이즈는 40이다. 싱글라이더 제품으로 특유의 광택이 매력적인 제품이다. 안감은 레드 사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위 사진처럼 뒷면이 하나의 가죽으로 되어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고급진 디자인이다.
왼쪽 가스에는 루이스레더의 시그니처 로고가 박혀있으며, 카라 부분은 2번 박음질이 되어있다. 안감에는 내부 주머니가 있으며, 지퍼로 입구를 여닫을 수 있다.
소재는 외피 100% 가죽, 내피 레이온 100%이다. 항공용 가죽자켓을 공급한 증거로 AVIAKIT로고를 함께 포함시키는 것 같다. 목부분에는 코트 걸이에 걸 수 있도록 고리가 달려있다.
두껍고 튼튼한 지퍼로 자켓을 잠글 수 있으며, 중앙부 외에도 소매를 조일 수 있는 지퍼 디테일이 있다. 양측 옆구리에도 핏을 조일 수 있도록 가죽 버클 디테일이 존재한다.
개인적 의미 및 구매 이유
필자는 영화와 음악을 굉장히 좋아한다. 위에서도 많이 얘기했지만 가죽자켓, 특히 라이더자켓은 미디어에 꾸준히 등장하는 의류다. 인디아나 존스부터 터미네이터는 물론, 고전영화의 잦은 등장으로 가죽자켓의 매력은 거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워낙의 고가의 아이템이기에 구매를 늘 꺼려했다.
패션에 관심을 가지고 루이스레더를 알게 된 것이 20년 9월쯤이고 취직 후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 20년 10~11월이다. 이때부터 거의 매일 루이스레더 공식 홈페이지는 물론, 국내 정식 수입 업체인 하이드 앤 라이드 사이트에 들어가서 옷을 구경하곤 했다. 유튜브의 하이드 앤 라이드 광고도 수십 번은 본 것 같다. 그 이후로도 도저히 살 엄두가 나지 않았으나, 야근이 매일 이어지고 스트레스 발산이 필요해 21년 8월 말에 드디어 구매하게 되었다. 거의 1년을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 후회는 없었다. 서울의 하이드 앤 라이드 매장에서 여러 모델을 직접 착용해본 뒤, 원래부터 가장 마음에 들었던 60번 커셰어 말가죽 모델을 선택했다.
말가죽 모델을 선택한 이유는 흔하지 않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보통 양가죽이나 소가죽으로 만든 가죽자켓이 흔한데 비해 말가죽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 또한 말가죽은 양가죽보다 튼튼해서 더 오래 입을 수 있고, 소가죽은 수분을 머금으며 더 무거워진다고 하여 그 중간점에 있는 말가죽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하이드 앤 라이드에서는 기성 제품 외에도 맞춤 서비스를 1년에 2번 진행한다. 아무래도 외국 브랜드이다 보니 몸에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자는 운이 좋게도 기성 제품을 착용했을 때 소매나 핏이 만족스러워 그대로 구매를 진행했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구매를 진행하실 때 국내 소비자들의 체형을 고려해 원래 기성보다는 팔 기장을 조금 줄여서 주문하신다고 하더라. 어쨌든 몸에 잘 맞아서 좋았다. (실제로 이후에 루이스레더의 가죽자켓을 복각하여 제작하는 어딕트클로즈의 옷을 착용해본 적이 있는데, 소매가 손가락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었다.)
사실 좋은 가죽자켓으로 이름난 곳은 루이스레더 외에도 많다. 위에서 언급한 쇼트를 비롯해 복각 전문 업체들인 리얼맥코이, 토이즈맥코이, 어딕트 클로즈와 에어로 레더 히멜브라더스 등등... 이 업체들 모두 가죽을 전문적으로 다뤄왔고 고품질의 가죽자켓으로 유명하다. 그러함에도 루이스레더를 선택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전통: 영국의 라이더 문화 외에도 많은 배우 및 음악가들이 애용한 브랜드다
2. 로고플레이: 가슴팍에 루이스레더 로고가 들어가는 것은 이들만의 시그니처다. 루이스레더 제품인 것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쾌감도 있지만, 그들의 이름을 내걸고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제품에 자신이 있다고 느껴졌다.
3. 직접 착용해보고 입을 수 있어서: 옷을 구매하다 보면 업체별로 사이즈 표기 및 기준이 실제와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가격이 저렴한 경우에는 그냥 착용하거나 반품하는데 별 부담이 없지만, 고가의 가죽 제품의 경우, 착용이나 운송 중 손상이 가면 반품이 어렵고 번거로운 경우가 있다. 또한 소재의 특성상 수선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매장에서 직접 입어볼 수 있는 루이스레더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4. 싱글 라이더 자켓: 필자의 성격상 더블라이더보단 좀 더 깔끔한 싱글라이더를 선호한다. 오토바이를 탄 적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기에 더블라이더보단 싱글이 더 좋게 느껴졌다. 타 브랜드의 경우, 싱글라이더 자켓 모델을 찾기가 어렵거나 번거로워 상대적으로 카탈로그가 보기 쉬웠던 루이스레더를 선택했다.
앞으로도 잘 관리하며 오래도록 입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필자의 사진과 함께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