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시 다섯
형들이 책장 넘기던 책상
투박하고 창백한 갈색
모서리 다 까져서
가끔 손 찔리기도 했지
손발 시리고 가슴 덥던
3월 초에 만나서
펑퍼짐한 교복을 입고
낙서하고 졸음 싸우기도 했지
고개 뒤로 젖혀 떠올려보면
드르륵 아래서 끌리고
사각사각 위에서 긁히고
정겨웠던 우리들의 모든 소리
가끔 걸터앉던 그 단단함과
선생님들의 엄한 호통
지금보면 참 포근했네
생각없이 앉던 내 자리
우리고 놓고온 많은 책상들
다 어디로 갔나
의자 포개어 넣고
물티슈로 빡빡 닿아 놓았는데
후배라 하기도 민망한 동생들
점점 수는 준다던데
우리가 앉았던 걸상들
지금은 모두 어디로 도망갔나
내 자리 찾아 서성이다
몰래 까치발 들고서
더 멀리 보아도
그때 그 자리는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