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도 없이 주머니 짤랑거리던 시절,
베베 꼬인 보도블록 따라서 걸었던
문방구와 떡볶이 냄새 사이 골목길
일렬종대로 늘어선 알록달록 뽑기 병정들
오리걸음으로 나아가며 바라도 보고
검지 손가락 짚어가며 먼지도 좀 모았다
튀어나온 아랫니에 학 몇 마리 물려주고
코를 꼬집어 힘차게 비틀어 제끼면
덜컹덜컹 울며 장난감 방울방울 뱉었었지
설레는 마음으로 플라스틱 밤송이를 까면
그제서야 손바닥에 올려 마주하는 감정
아쉽기도 설레기도 했던 어린날의 도박
500원으로도 웃고 울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리워
지나가다 뽑기 기계가 보이면 주머니를 뒤져봐도
지폐와 카드 몇 장에 머쓱하게 발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