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시 열
파도는 어디에 사는가,
하늘 위도 바닷속도 아닌
바다 위에서 파도는 나아간다.
파도는 얼마나 높은가,
흰 거품으로 구름을 쓰다듬고
검푸르게 바다 속으로 부서진다.
파도는 얼마나 무거운가,
동동 물 위를 떠다녀도
가슴에는 중후한 울음을 품었다.
파도는 어디로 가는가
높은 곳에서 비인 곳으로
바다를 비우고 채우며 움직인다
파도는 곧 중용이다
윤회하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고
위이자 아래이며 끊임없이 움직인다
파도의 좌표를 묻는다면
바다 어딘가에 있다고 답하듯이
나의 삶도 이쯤 어딘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