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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중한 방구석 미술관, 송풍수월

블로그 ‘송풍수월’과 책 『오늘도 충분히 좋은 부모입니다』

by 두유진

코로나19로 세상이 조용히 멈추었던 어느 날, 나도 조용히 나의 방 안 한 구석에 작은 미술관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름은 송풍수월(松風水月). 솔바람과 물빛 달그림자처럼 은은하고 고요한, 그런 공간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붙인 이름이다.


이 블로그는 거대한 미술 백과사전 같았다. 미술사, 작품 분석, 예술가들의 삶까지 어마어마한 아카이브 속에서 나는 마음을 울리는 그림들을 하나둘 모아가기 시작했다. 그 그림들을 모으는 일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복잡하게 얽힌 감정의 실타래를 조용히 풀어가는 시간이었고, 내 마음을 다정히 어루만지는 위로였다.


처음에는 그저 아름다움을 따라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아름다움 속에서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네의 연못, 마르탱의 정원, 록웰의 식탁 위 풍경 속에는 언제나 어떤 감정의 흔적이 담겨 있었다. 어쩌면 그림은 늘 말 없는 치유의 언어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득, 이 이야기를 나만 알고 있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이 내게 그러했듯, 누군가의 마음에도 조용한 위로와 화해의 빛을 건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송풍수월의 방구석 미술관은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나의 두 번째 책, 『오늘도 충분히 좋은 부모입니다』의 시작이었다.


그림과 마음이 만나는 자리에서


육아는 매일 흔들리는 시간이었다. 사랑하지만 때로는 지치고, 웃다가도 어느 순간 울컥 화가 치밀었다. 그러고 나면 깊은 죄책감이 찾아왔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흔들리는 걸까?” 그 물음 앞에서 나는 나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에게 육아는 오래전 기억과 추억이지만 생의 단 한번이고 나를 성장시켜준 대단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지금 부모로서의 길을 함께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앙리 마르탱의 <마리>라는 그림을 보았다. 햇빛 아래 서 있는 한 여인과 두 아이. 특별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 안에는 깊은 고요와 단단함이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parenting이란, 결국 ‘나’라는 사람을 천천히 다시 배워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곧 세상에 나올 『오늘도 충분히 좋은 부모입니다』는 바로 그런 여정을 담은 책이다. 완벽한 부모가 아닌, 흔들리면서도 계속해서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 그림 한 점, 질문 하나, 그리고 감정 놀이 한 조각이 독자의 마음에 가만히 닿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다.


친구에게, 그리고 나에게


책이 거의 완성되어 갈 무렵, 나는 오래된 친구이자 신뢰하는 동료인 심민영 박사에게 원고를 보여주었다. 그는 지금 국가트라우마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함께 걸어온 그가 내 책을 읽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도 충분히 좋은 부모입니다』는 부모라는 이름 아래 묵묵히 감정을 눌러온 이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책입니다.

하루하루 버텨내느라 지친 부모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감정을 정리할 수 있도록, 명화와 함께하는 섬세한 질문과 감정 놀이가 따뜻하게 안내합니다.

이 책은 부모의 입장에서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자녀의 입장에서 부모를 다시 바라보고 이해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나아가, 책에 담긴 활동들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뿐 아니라 모든 성인들에게도 유용합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색과 형태로 표현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정하게 돌보는 연습이 가능해집니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잠시 멈춰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은 조용한 쉼과 회복의 시간을 선물할 것입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장 심민영박사 추천사



친구의 이 말은 책을 써 내려간 시간의 의미를 다시 새기게 해주었다. 무언가를 견디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책이 다정한 쉼표가 되었으면 했다.


이 모든 시작은 결국 나의 작은 방 안, 송풍수월이라는 공간에서 비롯되었다. 아무도 몰랐던 내 마음의 미술관. 그곳에서 나는 그림으로 나를 다독였고, 이제는 그 따뜻한 경험을 당신에게도 건네고 싶다.


이미 충분히 좋은 부모입니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소중한 당신입니다.


@mind_grida 두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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