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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 앉은 고흐는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예술은 여기 있다, 다만 당신이 고개를 들면 -송강 작가의 질문들

by 두유진

"지하철 속 마티스, 고흐, 세종대왕 그리고 나"

오늘 아침, 무슨 문제인지 스마트폰이 켜지지 않았다. 이심교체인지 뭔지... 문제가 발생한 것같다. 갑자기 공항상태에 빠진 나..책도 안가져왔는데... 뭘 어터케 하지? 사람들 구경이나 할까..? 지하철에 앉아 있던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정말 이 자리에 있는 걸까?"

고개를 들어보니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누구도 서로를 보지 않고, 각자의 작은 사각형 속에서 하루를 소비한다.
마침 그 순간 떠오른 그림이 있었다. 송강 작가의 <지하철 시리즈>.


송강 작가의 그림은 익숙함과 낯섦이 기묘하게 공존한다.

현대의 무표정한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일상.
하지만 그 뒤로 펼쳐지는 배경은 너무나도 낯설고, 동시에 익숙하다.

샤갈의 연인들이 허공을 날고, 마티스의 무용수들이 춤추며, 세종대왕과 마이클 잭슨, 반 고흐와 조선의 풍경이 한 화면에 담겨 있다.
"이게 뭐지?" 하며 웃음이 나다가도, 곧 묵직한 질문이 따라온다.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진짜 당신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송강 작가의 그림은 ‘현실 속 부재’를 드러낸다.
사람들은 그 자리에 있지만, 서로에게는 없다.
각자의 화면 속에, 각자의 세계 속에 갇혀 있다.
그리고 그 위, 과거의 명화들은 말 없이 지켜본다.
"예술이 당신 곁에 있지만, 당신은 나를 보고 있는가?"

지하철이라는 ‘이동의 공간’은 곧 ‘정지된 연결’을 상징하고,
그 위에 그려진 명화들은 ‘시간의 혼종’을 만들어낸다.
이 모든 조합은, 우리가 잊고 지낸 감각과 시선을 깨우는 장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그림은,
고흐의 방을 배경으로, 고흐와 그의 친구 룰랭, 현대의 청년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이다.
모두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고흐가 그림을 그리지 않고 핸드폰을 보고 있는 이 장면이
슬프게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예술가마저 현실에 순응한 이 시대. 우리는 무엇을 ‘그림’ 대신 보고 있는 걸까?


작가 송강은 말 대신 질문을 던진다.
그는 과거와 현재, 예술과 소비, 시선과 단절이라는 키워드를 무겁지 않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건넨다.
그림 속 인물은 무표정하지만, 그림 자체는 다정하다.
어쩌면 송강 작가의 그림은 우리가 스스로를 마주하게 하는 커다란 ‘거울’이다.


내가 뽑은 송강작가 작품 감상 관전 포인트 세 가지


배경과 인물의 '단절'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 앞만 본다. 그러나 배경은 화려하다. 이야기하고 있다.

그 ‘어긋남’ 속에 질문이 있다.


명화의 재해석

마티스, 샤갈, 고흐 등 익숙한 명화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그것을 단순히 오마주하지 않는다.
‘지금 이 시대로 끌고 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색감과 위트

채색은 강렬하다. 구성은 단순하다. 그러나 그 안에 교묘한 유머와 풍자가 숨어 있다.
웃다가 멈추게 된다. 감탄하고, 돌아보게 된다.



� 송강 작가 작품의 매력은?


현대인의 초상을 정확히 포착한 관찰력과 스마트폰과 무표정, 단절된 눈빛 속에서 우리 시대의 외로움과 무감각을 그려낸다.


예술과 일상의 절묘한 충돌, 예술이 먼 것이 아닌 ‘지하철 한 칸’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도 웃기고, 슬프고, 날카롭게.


시인다운 ‘비유의 감각’

그는 시인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말 없이 말하는’ 그림이다. 감정이 살아 있고, 침묵이 더 크다.


오늘 지하철에서 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주변을 한 번 바라봤다.
무언가를 기대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자체로 충분할 수도 있으니까.

송강 작가의 그림은 나에게 그렇게 말을 걸었다.

“당신도 지금, 여기 있나요?”


� 함께 보면 좋은 작품들

《전통 한옥과 스마트폰》

고요한 한옥의 대청마루. 한 소녀가 엎드려 스마트폰을 보고 있고, 그 너머 창 밖에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이 보입니다.동양과 서양, 디지털과 신앙의 충돌. 한옥의 고요함과 스마트폰의 불빛이 만드는 이질적 균형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검은 베일, 눈물, 산처럼 쌓인 감정》

슬픔을 머금은 여성의 얼굴이 산처럼 솟아오르고, 그 위에 조용한 성당이 앉아 있습니다.

아래에는 한 쌍의 연인이 앉아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거대한 감정(비극, 상처, 혹은 회한)이 거대한 자연처럼 존재하고, 이를 응시하는 인간의 모습이 대비를 이룹니다.



《WANTED: 반 고흐》

마치 서부시대 현상수배 전단처럼 표현된 이 그림은 고흐의 초상화를 유쾌하게 재해석합니다.

‘예술가’ 고흐는 이제 예술의 반항아이자, 시대가 추적하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작가는 여기서도 “예술가는 지금 어디에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출처 블로그

� 작품 출처: 송강 작가 블로그 lastree.tistory.com
아트코리아 방송 소개 기사

송강 작가의 그림은 단지 '패러디'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는 현대인의 일상 속 무감각함을 예술이라는 도구로 섬세하게 비틀며, 보는 이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예술은, 그리고 당신의 감정은, 살아 있습니까?”

미술관은 거창한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화면을 잠시 내려놓고 주변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충분히 시작될 수 있습니다.

출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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