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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스민 색 하나, 더 프리뷰에서 만난 작가들

《더 프리뷰 서울 2025》에서 만난 오늘의 색들

by 두유진

전시장 입구에서 활짝 웃으며 찍은 나의 사진 뒤로,

‘더 프리뷰’라는 강렬한 타이포와 초여름의 초록이 어우러져 벌써부터 설렘이 번졌습니다.


� HIPPIE HANNNM GALLERY 부스에서 시작된 나의 하루


도착하자마자 받은 작은 엽서같은 카드

HIPPIE HANNNM GALLERY의 이미지가 인쇄된 그것은 마치 ‘당신의 시선으로 이 안을 걸어보라’는 초대장처럼 느껴졌습니다.


HIPPIE HANNNM GALLERY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hippiejannnm/


감각적인 외관, 열린 공간

더프리뷰의 레드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오래된 공장 창고를 미술로 개조한 듯한 자유롭고 실험적인 분위기가 가득했어요. 푸릇푸릇한 야외 통로, 중앙의 조형물, 오가는 사람들의 에너지 속에서 이곳은 단지 전시장이 아니라 ‘숨 쉬는 예술’의 공간 같았지요.


기억에 남는 장면들

날카로운 붓질로 엮어낸 도시의 잔해를 담은 듯한 풍경, 뿌연 기억처럼 흐릿한 소나무 그림,
연필로 정성스레 긁어낸 흑백의 얼굴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듯한 정물의 향연까지.

모두가 너무 달랐지만, 그 안에는 공통된 ‘지금’의 감각이 있었어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의 언어가 그림으로 번역된 전시였다고 느꼈습니다.


류지민 작가 – 감정의 정원을 걷다

그날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공간 중 하나는 류지민 작가의 작품 앞이었습니다.

두 개의 의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정원, 그 아래로 잔잔하게 비치는 물, 그리고 주변을 감싸는 부드러운 색채의 식물들. 그 장면은 마치 내 안의 어떤 기억과도 닮아 있었어요.

누군가와 함께 보냈던 어느 조용한 오후, 혹은 아직 만나지 못한 그리운 풍경 같은 것.

류지민 작가는 섬세한 붓질과 흐릿한 여백으로 ‘감정이 머무는 정원’을 만들고 있었어요.
그 정원은 아름답지만 외롭고, 쓸쓸하지만 따뜻했지요.
그림을 보는 순간, 저마다의 내면이 거울처럼 비춰졌을지도 모릅니다.

류지민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ryujimiiiiiin/


색과 결, 그리고 여백의 미- 이용재 작가 – 허구와 시간 사이를 걷다


한참을 걷다 도달한 또 하나의 공간에서는 전혀 다른 결의 작품과 마주쳤습니다.


작은 그림들 사이에서 마주한 작가와의 대화, 붓자국이 남긴 온도, 빛과 그림자가 흔적처럼 스며든 작품들.
손바닥만 한 회화 속 손의 실루엣 하나에도 마음이 머물렀습니다.

“what are the wild waves saying” 이 문구가 적힌 작품 앞에선
말로 다하지 못할 감정이 출렁였어요.
작품은 말보다 조용했고, 그 조용함이 오히려 더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희미한 그 무엇이 강렬하게 나를 이끄는 힘이 있었어요.



이용재 작가의 작업은 익숙한 듯 낯설고, 고전적인 듯 실험적이었어요.

그는 자신이 ‘서양화’라는 매체를 다루며 느꼈던 정체성의 흔들림을 ‘허구의 유산’이라는 주제로 풀어냅니다.

그림 속에서 시간은 직선이 아닌 곡선처럼 흘렀고, 사물은 과거의 흔적 같기도, 미래의 상상 같기도 했습니다.

작품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믿고 살아가는지 질문하게 만들었지요. 그의 작업은 단지 미술이라는 언어에 머무르지 않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조용히 던지고 있었습니다.


이용재 작가 소개 (Bio Gallery / 더프리뷰 전시 참여작가):

https://www.instagram.com/biogalleryseoul


예술은 결국, 마주하는 일


이번 ‘더 프리뷰’는 단순히 ‘보는’ 전시가 아니었습니다.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 앞에 멈춰 서고,
가방 속 작은 팜플렛 하나에 의미를 담는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작품을 샀을 테고,
누군가는 마음을 두고 왔겠지요.
누군가는 위로를,
누군가는 질문을 안고 돌아갔을지도 모릅니다.


� 나의 하루도 한 겹씩 색을 입었습니다.
류지민의 정원에서 머물렀고, 이용재의 시간 속을 걸었습니다.
예술은 그렇게, 사람의 하루를 물들이는 힘이 있음을 다시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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