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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ki May 05. 2022

오스트리아에서 온 그 남자

우리는 그렇게 국제커플이 되었다.

국제커플은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외국에 살면서부터 국제커플을 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 듯하다.


오늘은 우리가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국제커플이 되었는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사실.. 어딘가에 기록으로 남기면,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 아이들에게 이 글을 보여주고 싶기에 또 적어본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2017년 5월 27일 토요일

당시 나는 체코의 한 그지 같은 호텔에서 일할 때다.

내가 일하던 호텔에, 지금의 남편인 베니는 친구와 함께 내가 일하는 호텔에 와서 2박 3일 숙박을 했다.

나는 '남자 둘이 체코 여행을?'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봤더니 베니와 친구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가 프라하에서 있었고, 그거 때문에 방문한 거였다.


그들이 왔을 때 체크인을 내가 진행했는데.. 그들이 사전에 확인했던 주차에 문제가 있었고,

싱글 배드 두 개인 방을 요청했는데, 싱글 배드 두 개가 합쳐진 방으로 배정되고.... 침대는 본인들이 띄었다고는 했다만... 그래도 이래저래 좋지 않은 상황들이 있었음에도 참 긍정적이게 생각해줬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나도 미안함과 고마움에 성실히 응대했었다,

영어와 담쌓고 지낸 나의 지난시절... 지금보다 더 영어를 개떡같이 못했는데도 찰떡같이 알아듣던 그들


체크아웃하고 돌아가기 전에, 고맙다고 나에게 팁을 주는데 어찌나 고맙고 미안하던지.. 그래서 나 울었잖아..ㅎㅎ


그리고선,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이 돼서, 개인 sns를 물어봤다.

또다시 만나겠나 싶어서 그냥 sns 정도 물어봤었지


그렇게 그들은 돌아가고.. sns로 안부나 좋아요 정도.. 나는 여전히 매일매일 똑같은 스트레스와 기계 같은 반복적인 일상 속... 어느 날 내가 일하고 있는 호텔로 택배가 왔다.


한 직원이 나를 부르며 "아키!! 오스트리아에서 너에게 택배가 왔어!"라는 말에,

아 오스트리아에 살고 계시는 친한 지인이 보냈나? 하고 뜯어봤다.

순간, 베니가 오스트리아 사람이란 사실을 까먹은 채...


편지 내용에는, 내 덕분에 베니와 친구 토마스는 프라하에서 좋은 추억을 쌓고 재밌게 잘 지냈고, 오스트리아로 잘 돌아왔다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이것저것 선물을 함께 보내줬다.


이런 생각도 못했던 그의 선물.

받자마자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고맙다고! 그러면서 베니와는 더욱 자주 메시지를 주고받게 되었다.

우선 선물 잘 받았고, 고맙다고..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서프라이즈에 더더욱 고맙다고,


여기서 나는 메시지로 입방정을 떨었다.. 여기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꼭 너를 보고 가겠다.

그때는 호텔 직원과 손님이 아닌 친구로서 널 만나러 가겠다고..ㅋㅋ


그리고 그해 12월,

개인적인 문제들이 생겨서 진짜 한국에 가야 했다.

그전에, 유럽에 이제 언제 또 오겠나 싶어서.. 사람들이나 만나고 가야겠단 마음에 지인들을 만나고

베니가 살고 있는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베니가 오스트리아 사람이라길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아 비엔나로 보러 가면 되겠네...'  너무 무지하게 생각했었네.. 나중에 알고 보니 티롤의 대표 지역인 인스브루크(Innsbruck)도 아닌 거기서 약 25분 떨어진 슈와츠(Schwaz) 마을.

어쨌든 내가 내뱉은 말이 있으니... 가겠다고 연락을 했고, 그는 내가 인스브루크까지 온다면 나를 픽업하겠다고 했다.

'아 그래? 그럼 나야 고맙지! 그럼 숙소를 좀 찾아볼게'라고 했더니.

이 동네는 숙소가 마땅히 없으니, 본인 집이 좀 작지만 내가 괜찮다면, 머물고 싶다면 본인 방을 제공해주겠다고


미안하지만, 나는 런던에도 가야 하니 돈을 아끼기 위해 그 제안을 냉큼 물어버렸다ㅋㅋㅋ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크리스마스 마켓도 열리고, 익숙한 유럽의 풍경이었지만 뭔가 새롭고 재밌더라..

베니는 남은 휴가가 있어서, 내가 올 때 그 휴가를 쓰면서, 함께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구경 다니고 함께 추억을 공유했다.


체코를 떠나고, 일이 아닌 사적으로 만나서 그런가... 아 이 사람을 만나도 되겠구나, 이 남자 때문에 다시 여기 오겠구나,

다시 만났던 그때도, 여전히 나는 영어를 잘 못했지만.. 그럼 애도 서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고, 서로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오스트리아에 짧게 있었지만,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베니는 나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오겠다고, 나는 베니를 만나기 위해 오스트리아로 오겠다고

서로가 서로에게 약속하고 그렇게 나는 한국 입국 전 마지막 여행지인 런던으로 갔다.

그곳에서도 오스트리아에 있을 베니가 너무 궁금하고 신경 쓰이고..ㅎㅎ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니, 베니에게 꽃 선물이 왔다.

국제 꽃배달을 찾아서 거금을 쓰셨단다.

하.. 이러니 더  빨리 보고 싶지..

지금까지도 베니는 꽃 선물을 가끔 하는데, 어릴 때는 꽃 선물이 참 돈 아깝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참 이보다 더 달달한 선물은 없구나라고 느끼게 된다ㅎㅎ



매일매일 서로의 안부가 궁금하고, 서로에게 연락을 해도 보고 싶고 또 그리운 마음이 서로 가득했다.

나는 다시 오스트리아로 떠나길 결심하게 되었다.


베니는 일 하고 있으니, 그나마 자유로운 내가 가서 실컷 연애나 해야겠단 마음에 비자를 알아봤고,

오스트리아 워홀 1년짜리 비자를 받아서 오스트리아로 왔다.

내가 그곳으로 가는 이유를 엄마한테만 말했다.

만나고 있는 좋은 감정으로 만나기 시작한 남자가 오스트리아 사람이란 사실을 아는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혹시라도 얘가 날 때리거나 망나니처럼 행동하면 ,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오겠다고..ㅎㅎ


18년 3월 우리는 다시 만나 본격적으로 연애를 했다.

5개월이라는 짧은 장거리 연애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연애의 시작



함께 할 수 있다는 1년의 비자기간 동안

여름휴가도 함께하고, 그의 가족들도 만나 뵙고, 친구들도 만나고, 크리스마스도 함께 보내고

아주 잠시 헝가리에 가야 해서 한 달 정도 떨어지기도 해 보고...

내 불안함 때문에 일방적으로 울고불고 싸우기도 하고..

'안녕'밖에 할 줄 몰랐던 독일어 배우면서 내가 그 지랄하는 것도 베니는 묵묵히 받아주고..

베니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1년이었다.

덕분에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베니를 통해 알게 되고, 덕분에 자존감도 높아지고,

늘 날 힘들게 했던 정신적인 문제들도 극복하게 되었다.


그의 긍정적인 마음과 선한 마음씨가 나를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의 부모님을 처음 만난 날, 부모님은 나에게 결혼에 대해 물어보셨다.

(여기도 어르신들은 결혼계획이나 아이 계획을 물어보긴 하는구나....)


베니는 결혼을 한다면 나랑 하고 싶다고.. 아키만 괜찮다면....

그 이후로도 우리는 결혼이라는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종종 하곤 했다.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나 스스로가 우리 아버지라는 큰 산을 넘을 자신이 없어서, 베니와의 결혼이 현실이 될까 란 생각을 이야긴 하곤 했다.

오빠와 새언니가 나를 보러 오스트리아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다 같이 술 한잔 하면서 우리의 결혼과 현실을 이야기했고,, 그로 인해 한동안 베니는 풀이 죽어있었다.



1년이란 시간이 10분처럼 빨리 지나, 더 이상 있을 방법이 없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계속 베니와 함께 있고 싶고 떨어지기 싫고, 부모님께 외국인 남자 친구와의 결혼 허락받는 것도 걱정이고.. '그냥 확 여기서 혼인신고를 해버릴까?'라는 식으로 말을 하니 베니는

'아키, 다른 것도 아닌 결혼이란 걸 그렇게 네 마음대로 한다면, 너희 부모님께서 너에게 많이 실망하실 거야. 너를 선택을 존중하고 믿으시지만 그래도 그건 좋은 방법은 아닌 거 같아..'라는 말에 한 번 더 반했지.

그리고 나는 그냥 한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결국 긴 고민 끝에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말씀드린 건 베니가 한국에 오기 딱 한 달 전에ㅋㅋ

'아버지, 저 만나는 남자가 있고, 그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 우리 아버지 생각보다 높은 산이 아녔구나.. 싶었던 게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하신 말씀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ㅎㅎㅎ

오스트리아 사람인데 이번에 저를 보러 한국에 온다고 합니다. 그때 정식으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러고 끝났다..ㅋㅋㅋㅋ

 


그리고 내가 그렇게 기다리던 베니가 왔다.

별 이상한 걸 만들어서ㅋㅋㅋ 공항 앞에 서있었다ㅋㅋㅋ




오자마자 베니 데리고 체크인하고, 잠깐 쉬었다가 바로 집으로 인사드리러 갔다.

일부로 내 지원군인 작은삼촌을 부르고..ㅎㅎ 걱정했던 것보단 무사히 잘 넘어갔다.


아버지가 말씀 한마디도 안 하시다가 대뜸... '너 내 딸 때리지 마!' 그걸 통역해줬더니만 베니가 표정이 싹 바뀌더니, 절대 그럴 일 없다고 본인이 나를 지키겠다고ㅎㅎㅎㅎ

그 이후에 아버지가 따로 엄마한테.. 국제결혼하고 맞고 사는 아내들 이야기를 하며 걱정된다고 했다고 했단다..

아버지 질문에 진지하게 답변한 베니의 답변 덕분에 엄마는 더욱 베니를 좋아하게 되었고...ㅎㅎ

이제는 부모님께 영상통화를 하면 아버지는 웃으며 베니에게 안무를 물어보시곤 한다..




한국에서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부모님을 세 번이나 만나고, 제주도 여행도 다녀오고

영화나 드라마, 한국 여행책 등에서 봤던.. 그가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을 다 방문했다.


베니가 제일 신기해했던 건 수산시장과 한강까지 배달 오는 서비스 ㅋㅋㅋ


그렇게 2주 동안 알콩달콩 함께하고 베니는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그 이후, 나는 결혼 준비와 부모님 모시고 여행... 그리고 엄마 병간호... 이후 엄마가 잠시 회복됐을 때

냉큼 오스트리아로 와서 혼인식을 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왔을 때, 엄마는 병원에 다시 입원 중이셔서, 다시 병간호를 하면서

비자 준비를 했고, 엄마가 회복하여 다시 퇴원을 하시고 많이 좋아진 상태를 보고

오스트리아로 돌아와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국제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언어와 문화, 생활환경 등

우리가 서로 너무 다르다는 게 한동안은 서로를 힘들게 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니, 싸움의 횟수도 줄고

매일매일 시간이 어쩜 이렇게 빨리 지나가나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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