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퇴사를 했습니다. 올해만 네 번째 퇴사이고, 이번에는 이직할 곳도 확정하지 않은 채로 그냥 저질렀습니다. 각 퇴사들의 객관적인 이유를 찾자면 직장 내 괴롭힘이며 임금체불이며 한 사람이 한해에 겪은 일치고는 다채롭기도 했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정말로 쉬어가야 할 것 같은 위기감을 느껴서일 것 같습니다.
작년 말부턴가 약간의 불안증과 약간의 불면, 아주 약간의 알코올의존증세가 있기는 했는데 이 정도는 현대인이라면 많이들 가지고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꾸역꾸역 버텼거든요. 병원에 다니며 약을 먹으면 조금 나아지는 기분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정말 마지막이라며 입사한 회사에서 두 달쯤 근무했을 무렵이었나, 모니터를 보다가 문득 무언가가 툭 끊어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지금 쉬지 않으면 아주 곤란하다..! 하는 어떤 내면의 외침 같은 것이아니었을까요.
계획형 인간이라 이런 식의 쉼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놀고 싶은 대로 놀고먹고 싶은 대로 먹고, 읽고 싶은 대로 읽다 보면 다시 또 근로소득자가 될 용기가 생기겠지 하는 대책 없는 마음으로요. 아무튼 이 글은 거창할 것도 없고 크게 건설적이지도 않을, 그래도 또 나름대로는 알찬 서른 다섯 백수가 보내는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