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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Jan 01. 2022

막내작가 첫 번째 이야기

첫 출근부터 첫 임무까지 난 병신 같았다.

22년도 새해가 밝았다. 12월 31일 날 한 달에 최소 4개씩 글을 올리기로 했는데 무슨 글을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매주 토요일은 막내작가 이야기, 화요일은 일상, 에세이, 등등 쓰기로 정하고 새해 첫 글을 쓴다.


8월 4일 날 면접을 보고 첫 출근을 8월 5일 날 했다. 시작부터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런 일을 할 줄 몰랐다. 내가 작가가 해보고 싶었던 이유는 글을 쓰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작가가 되면 글을 많이 써보지 않을까?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지원을 했던 거였고... 당시 백수인 상황이기도 했고 여러모로 한 번 해보자 라는 상황에서 면접이 붙었고 출근을 했다. 솔직하게 지금까지 29년을 살아오면서 작가란 일에 관심도 없었다. 성격 자체도 외향적인 성격에다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해본일이라곤 아는 지인 가게에서 숙식하며 음식점 서빙, 보조, 관리, 또 신문사에서 제보전화받기, 돌잔치 사회자(매주 토요일마다 현재도 진행 중) 이런 일만 했기 때문에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만 해왔던 내가 정식으로 이렇게 출퇴근하는 직장을 가지다니...(작가가 프리랜서라는 사실은 일하고 며칠 후에 알았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던 난 첫 출근 때 진짜 아무것도 없이 몸만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메인, 서브작가님들이 무슨 생각으로 날 바라봤을까... 아마 속으로 "쟤는 뭐지?"라는 생각을 하고 계시진 않았을까? 메인작가님은 면접 때 봤고 서브작가분들은 그날 처음 봤다. 다행히 두 분 다 좋으신 분들이었다.(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계기중 하나) 첫 회의 때 앞으로 잘해 보자 하고 날 보시더니 노트북 없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 아차 싶었다. '아... 노트북..' 왜 그런 기본적인 것도 생각을 못했을까.. 글을 쓰려면 컴퓨터가 필요하단 건 기본 상식 중 상식이었는데.. 생각도 못한 노트북부터 걸렸다.

"다음 주에 가져올 수 있어요!"

나는 어찌 생각도 안 하고 저런 말을 내뱉었을까..

"일단은 오늘은 회의만 하고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하자~ 재민이는 노트북 마련하고~"

그렇게 첫 출근날 회의가 끝나고 집 가면서 노트북을 알아봤다. 비싸기는 더럽게 비쌌고 내적 갈등이 생겼다.

내가 이 일을 쭉 할까... 언제 그만둘지 모르니 빌려볼까..? 하는 생각에 여기저기 연락을 돌려봤다. 다행스럽게 친구 한 명이 안 쓰는 노트북이 있다고 해서 보내준다고 해서 택배로 받았는데 작동이 안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내 기억 속에는 13~14년도 까지 친구가 쓰던 노트북이 21년도에도 "멀쩡하게" (여기서 멀쩡하단 의미는 속도가 빠르며, 소리가 나지 않는 것) 작동될 리 만무했다. 두 번째 방법은.. 중고나라였다 중고나라에서 노트북을 살려고 했는데 여러모로 뭔가 꺼림칙했다. 가격이 너무 싼 건 오래됐고 오래되지 않은 제품은 너무 비쌌고... 결국 두 번째 방법도 빠이빠이였다. 세 번째 방법은 여자친구 노트북이었다. 다행스럽게 여자친구가 노트북을 두 개 가지고 있어서 하나는 나를 빌려줘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그렇게 여자 친구에게 주말에 노트북을 빌리고 월요일 출근을 했다. 그렇게 월요일 10시 30분 첫 출근을 한 날 회사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지...(후에 알고 보니 서브작가님들은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일단 자리에 앉았다. 10시 50분이 되어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애꿎은 여자 친구 노트북만 만지작 거리다가 서브작가님들께 카톡을 했다.

"저 뭐해야 하나요..?"

"일단은 첫 방송에 나갈 주제 자료조사 좀 해주세요"

"넵!"

"저 근데 작가님..."

"네?"

"자료조사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서두에서 말했듯 나는 작가 일을 난생처음 시작했다.


"우리가 저 주제로 방송을 하는데 저 주제에 대한 자료를 찾아주면 돼요. 효능, 효과, 제철 뭐 기타 등등

기사나 블로그 같은 데서 찾아서 한글에 붙여놓으면 됩니다~^^"

"아하 알겠습니다"


뭐야 생각보다 간단하네.. 하고서 주제를 검색해서 그냥 진짜 복사해서 붙이고 복사해서 붙이고를 반복했다.

하루 종일 주야장천.. 그렇게 찾아서 보내드렸더니 한참 후 카톡으로 한글파일이 날아왔다.

재민 작가 참고. 후다닥 받아서 열어보니 오류투성이였다. 자료조사를 할 때에는 큰 제목을 먼저 써주고 그다음 글자는 다 통일해주고 글은 한쪽으로 정렬해주고 앞으로는 이렇게 해주세요. 보낸 파일을 내가 다시 봤다.

크기도 제각각 글씨체도 제각각 블로그 뉴스 방송 두서없이 그냥 진짜 붙이기만 했다.. 하루 종일 주야장천

한 첫 번째 일이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서브작가님은 여러 피드백을 적은 파일과 함께 앞으로는 저렇게 해주세요. 그래도 처음치고는 잘했어요^^

라는 말도 잊지 않고 해 주셨다. 처음치고는... 잘했다... 그래 첫술에 어떻게 배가 부르겠냐 스스로를 위안했다.

다시 보내준 대로 정리를 하고 찾는데 궁금한 게 생겨서 또 카톡을 했다.

"이것도 넣어야 하나요..?"

"당연하죠~^^"

아하 그렇구나 하고 또 넣었다. 또 조사를 하다가 막혔다. 또다시 카톡을 했다.

"작가님.. 정말 죄송한데 이 것도 해야 하는 건가요?"

"네네^^"

저렇게 반복하기를 3~4번 서브작가님은 나에게 내일 출근하면 자세히 알려줄게요~ 오늘은 퇴근해요^^

라고 카톡을 보냈다. 퇴근하라는 말에 기쁘기보다는 멘붕 그 자체였다. 아니 이렇게 간단한 거조차 제대로 못한다고? 방송 주제에 관한 내용들을 찾아서 붙이기만 하는 간단한 일인데 내가 그거를 못한다고?

하... 자괴감에 빠지면서 퇴근길 버스에 올랐다. 타고 가면서 친구들에게 카톡을 했다.


"나 병신인가 봐... 간단한 일인데 그걸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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