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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Jan 08. 2022

이거 맞고 죽으면 어떡해?

살기 위해 맞는 백신이 날 죽일까 봐 무서웠다

2022년 1월 4일 남들에게는 그냥 평범한 날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정말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이었다.

2차 백신을 맞는 날.. 남들 다 맞는 거 뭐 그리 유난 떠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나에겐 그렇지 않았다.


3주 전 12월 14일 방역 패스 때문에 이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규제를 걸고 있었다.

너무 억울한 게 왜 안전하지도 않은 백신을 강제로 맞아야 하며 강제로 권하지 않는다고 해놓고서 왜 안 맞은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지 정말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정치적 이야기는 글에 나타나면 좋지 않지만 여러모로 맘에 안 드는 발표였다. 사실 내가 백신을 맞고 싶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이유 효과가 있는가?

주사를 맞는 게 어려운 건 아니다. 그까짓 주사 맞는 게 뭐가 어렵다고 병원 가서 엉덩이 내리고 (알고 보니 팔뚝이었다) 맞으면 끝 따지고 보면 5분도 안 걸리는 간단한 일인데 왜 안 맞느냐

 11월 4주 한 주간 집계된 국내 발생 전규 신규 확진자 중에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이 74.3% 미접종자가 25.7%다. 안 맞은 사람보다 맞은 사람이 더 많이 걸리는 기이한 현상. 물론 백신을 맞는다고 무조건 안 걸린다는 것은 안다. 그저 백신을 맞으면 후유증을 덜어준다?라는 정도만 흘러들어서 알고 있는데 그럴 거면 왜 맞아도 걸리는 걸 강요하냐 이 말이다. 사실 전염병이 터진걸 나라 탓을 할 수는 없다. 천재지변 같은 일을 인간이 어찌 막나 다만 제대로 백신, 대처법을 했다면 이 정도로 까지 증오하지 않았을 것이다. 4명 밑으로는 코로나가 피해 가고 9시 이후로는 코로나가 안 걸리나? 단체손님 100명은 안되고 따로 들어온 100명은 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 뭐라도 하려고 하는 것은 알겠는데 상식적으로 이해를 시키지 못하는 행동은 이해를 하려야 할 수가 없다


두 번째. 난 이미 1차를 맞고 죽을뻔했다

사실 코로나 걸려서 죽은 사람보다 백신을 맞고 여러 증상으로 죽은 사람이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디까지나 카더라~ 했다더라~ 하는 팩트체크가 되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어릴 적 들었던 빨간 마스크(?) 괴담

만큼 나에겐 무서웠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방역 패스라는 제도를 도입한 것을 보고 혀를 찼다

강요하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이거는 뭐 맞기 싫으면 맞지 마세요 대신에 유효기간 이틀인 음성 확인서 가지고 오셔야 같이 밥 먹을 수 있고 없으면 같이 못 먹어요. 카페에서도 2차 접종 못하면 저거 가져오셔야 일행분과 같이 앉을 수 있어요 이틀에 한 번씩 코 쑤시면서 생활해야 하는 걸 감수할 수 있는가? 이게 강요가 아니면 뭐라는 거지? 진짜 거짓말 하나도 안 섞고 죽여버리고 싶었다. 결국 나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일상생활을 위해서  백신을 맞으러 갔다. 21년 12월 14일 화요일 아직도 똑똑히 기억난다. 일이 끝나고 잔여백신을 검색해  12시 쯔음 병원에 도착해서 주사 맞을 준비를 했다. 여러 체크사항에 체크를 하고 주사를 맞으러 들어갔다.

팔을 내밀고 주사를 맞았다. 의사가 물었다.

"괜찮으시죠~?"

"괜찮아요 근데 속이 약간 ㅁ..."

그리고 기억을 잃었다. 괜찮다고 말하는 순간 속이 매스꺼웠고 갑자기 꿈꾸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의사가 내가 바닥에 쓰러지지 않도록 내 목을 지탱하고 있었고 간호사는 응급실에 전화를 하고 같이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

"환자분 지금 쇼크가 와서 119 불렀어요 여기 어딘지 아세요?"

"병원이요.."

"오늘 몇 월 며칠인지 아세요?"

"12월 14일이요...."

"여기 어딘지 아세요? 뭐하러 왔어요? 이름이 뭐예요? "

"여기... 병원이고 백신 맞으러 왔어요... 저는 ㅇㅇㅇ이고.. 어떻게 된 거예요?"

"백신 맞고서 갑자기 눈이 뒤집히고 좌우로 흔들리면서 실신했고 지금 혈압도 내려가 있는 상태고 일단 누워서

구급차 올 때까지 기다릴게요 지금은 괜찮나요?"

"네.... 좀 편하게 누울게요..."

괜찮다고 말하자마자 단 10초 만에 쓰러졌다. 응급차가 올 때까지 병원에 누워있는데 하필이 또 맞은 병원이 소아과였고 침대는 터무늬 없이 작았다. 편하게 누우려야 누울 수가 없었다. 결국 폴더폰 마냥 V 반접힌 상태로 누워서 엠블런스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와중에도 의사는 계속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일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지 혹시 주사 공포증 같은 게 있는지 아픈 곳이 있는지... 독감주사 맞을 때도 이랬는지..  독감주사는 맞은 적도 없고 주사는 뭐 무섭지도 않고 특별한 게 있다면 아침밥을 안 먹고 약간 피곤한 정도? 그거밖에 없었는데 아침밥 안 먹고 피곤하다고 백신 맞고 10초 만에 기절을 할 수가 있나..? 물어보니 그건 아닌데 환자분 같은 경우가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말라고 응급차 오고 있으니까 날 계속 안심시켜주었다. 건장한 20대 청년이 10초 만에 기절을 하니 의사 입장에서도 놀랄만했는데 그런 기색 없이 날 안심시켜주는데 힘을 쓰셨다. 몇 분이 흘렀을까 구급차가 왔다  의사에게 상황을 전달받을 때 들었던 내용은 환자가 백신을 맞고 10초도 안돼서 갑자기 실신을 했고 혈압이 떨어지고 눈이 뒤집히고 체온이 올라갔다. 이 정도.. 119에서 온 직원들도 나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오늘 몇 월 며칠인지 아세요? 이름이 뭐예요 등등

그렇게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심전도 검사, 혈액검사 그리고 수액을 맞고 누워있었다. 한두 시간 즈음 흘렀을까 담당의사가 오더니 검사 결과 이상은 없고 체온도 정상으로 내려갔으니 집에 가도 된다는 말을 전하고 나가려고 할 때 내가 물었다.

"이래도 2차 맞아야 하나요?"

"음..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어서 맞으셔야 할 것 같아요..."

수납 창구로 갔다. 96,000원. 결제를 하고 나오는데 너무 화가 났다. 그렇게 강요하던 백신을 맞고 쓰러져서 응급실까지 왔는데 내 돈으로 내야 한다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화가 왔다. 보건소였다.

"백신 맞고 후유증은 없으신가요?"

"맞자마자 쇼크 와서 응급실 갔다 왔고 결제금액이 96,000원이 나왔는데 이거 제가 내야 하는 건가요?"

"어머.. 놀라셨겠네요 일단.. 그 병원에서 진료확인서 서류랑 응급실 진료비 영수증, 보건소에서 필요한 서류 등을 가지고서 신청해주시면 저희가 보상해드립니다, 그리고 저희가 그거를 확인하는데 4개월 정도 걸리고 그게 전문위원회의에서 심의 후에 질병관리청에서 인과성이 확인되면 보상금이 지급되는데 100% 지급된다고 말씀 못 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장난하나? 백신 맞고 10초 만에 쓰러졌는데 심의? 인과성? 진짜 이게 말이야?'

"그럼... 하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어버렸다. 사실할 수 있는 지랄이란 지랄은 다하고 싶었지만 저 전화하는 직원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다음날 백신 맞은 곳에 근육통 말고는 특이사항은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그렇게 

2주가 지나서 2차를 맞으러 갔다.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백신 맞으러 가기 전 점심을 두둑이 먹고 옆집에

사는 누나를 보호자로 데리고 갔다. 혹시라도 있을 만약을 대비해 누나에게도 카톡으로 남겨놨다.


"1. 쇼크 와서 기절해도 당황하지 말고 응급차 안 불러도 됨, 혈액검사, 심전도 검사 다 이상 없다고 나왔고 응급실 가서도 몇 분 지나니 괜찮아졌음

2. 혹시라도 쓰러졌을 때 침대 말고 바닥에 눕혀주세요, 옷 더러워지는 거 상관 안 해도 되고 편하게 눕히고 롱 패딩으로 안 춥게 덮어만 줄 것."


"이렇게 까지 해서 맞아야 하는 거지?"

"그러게.."


백신 맞을 시간이 되어서 병원으로 들어갔다. 내가 1차를 맞고 쓰러질 때 담당의사가 여러 가지를 물었다.

그날 어떻게 됐는지, 맞아도 되는 건지, 등등 사실 여기서 의사는 내 말만 믿고 백신을 놔주는 게 꺼림칙했나 보다. 다시 쓰러질까 봐.... 담당 의사가 내 보호자와 간호사를 불렀다.

"그날 쓰러지고 나서 저는 응급실에서 들은 내용이 없어요 그래서 환자분 말만 믿고 백신을 놔야 하는데 그거에 대한 증인으로 두 분 안으로 모신다고 한 거고 병원에서 이상 없다고 했으니 백신 놓을게요"

무슨 죽으러 가는 수술하는 거처럼 들렸다. 고작 백신 맞는 건데

"오늘은 긴장하지 말고~ 그럴 일 없으니까 병원에서도 괜찮다고 했고 오늘은 밥도 먹고 왔다면서? ㅎㅎ 걱정하지 마요~ 자 맞기 전에... 일단 누워서 맞을까? 저번에 앉아서 맞아서 그런 걸 수도 있으니까 오늘은 누워서 맞아봅시다~"

침대에 누웠다. 의사도 사실 무서웠을 것 같다. 1차를 맞고 쓰러진 날 의사는 내가 땅바닥에 쓰러지지 않도록 내 무거운 몸을 그 가냘픈 몸으로 지탱하고 있었다. 참으로 고맙지 않을 수 없었다.

"자 주사 놓을게요 긴장하지 말고~~"

주사를 맞고서 의사는 계속 말을 걸었다. 이상은 없는지, 그때랑 비슷한 느낌이 나는지 일은 어떤지 

아무래도 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함 같았다. 꼬치꼬치 캐묻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의사의 마음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다 대답했다. 

"일단 저번처럼 쓰러지지는 않았으니 다행이고 혹시 모르니까 30분 정도 있다 갈게요~"

30분... 보통 사람은 15분인데 나는 전과(?)가 있으니 내려진 특별 처방이었다. 그렇게 있기를 30분..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병원 밖을 나섰다.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뭐라도 사 오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채...


집에 무사히 도착했을 때 보호자에게도 고맙고 의사에게도 고맙고 그저 다 고마웠다. 백신 맞기 전에 호들갑을 떨면서 누나한테 물었다. "나 이거 맞고 죽으면 어떡해?" 그럴 일 없으니 걱정 마라는 말도 떠올랐다.

결국 죽지는 않았지만 죽을까 봐 겁나는 2차 백신 맞는 날이었다. 부디 이 말도 안 되는 억지 백신 강요로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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