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우고 싶어서
올해 9월 1일자로 새로운 공모 교장님이 오셨다. 슬쩍 달력을 보니 벌써 2달이 지났다. 오신 교장님께서는 열정이 많으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우리 학교에서 하고 싶은 것, 펼치고 싶은 것이 다 있으신가보다. 크고 작은 변화가 2달 사이에 꽤 많았는데 한번 나열해 보려고 한다.
1. 교무회의의 사회자가 바뀌었다.
교무회의는 교무부장님의 주관으로 각 계에서 함께 협의해야 할 일들을 나눈다. 하지만 우리학교는 그간 교무회의를 거의 교감님이 주관하다시피 이루어졌다. 선생님들이 편히 말할 수 있는 분위기보다는 경직되고, 침묵하는 분위기에서 교무부장님의 말을 끊고 안내사항을 아주 꼼꼼하게 전달하시는 교감님이 있으셨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거기에 열정을 다섯 스푼 정도 더하신 교장님이 오셨다. 교무회의의 사회자가 바뀌는 순간이다. 엇그제도 그랬다. 교장님의 머릿속에 퐁퐁 튀는 생각들을 따라잡느라 회의는 점점 산으로 가고 연구부장님은 진땀을 빼셨다. 애초에 논의해야 할 부분에서 자꾸 벗어나서 중간중간 우리 모두를 다시 원점으로 안내해야 했기 때문에.. 그러다가 일부 학부모님들의 의견을 전하시는 교장님에 맞서 한 선생님이 나섰다. '선생님들 기운 빠지는 이야기들이니, 어느정도 기준을 잡고 걸러서 들을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고 말씀하시는데 할 수 있는건 동의하는 표시로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 뿐.
2. 회의 중 갑자기 단체로 조퇴를 내는 일이 생긴다.
교장님이 (개인플레이가 강해 각개전투를 하고 있는 선생님들을 아셨는지) 우리 친목회에서 단풍놀이도 한번 가자고 하시면서 다음주부터 특별휴가로 한동안 전담선생님을 못 볼테니 이번주에 다같이 차라도 한 잔 마시러 가자고 하셨다. 그러다가 목,금 오후에 출장이 있으신 선생님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오늘 다같이 있는 김에 지금 나가자고! 말씀을 하셨다. '응? 이게 무슨 상황이지?' 퇴근 한 시간 전에 선생님들이 조퇴를 내고 단체로 짐을 싸는 일이 벌어졌다.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예정되었던 독서토론은 자동으로 생략되었다. 아무래도 교장님은 극P이신가 싶다. 이리저리 통통 튀신다.
3. 교사 음악 동아리가 생겼다.
교장님은 오카리나 1급 지도자 자격증이 있으시다. 선생님들과도 함께 오카리나 동아리를 운영하고자 뜻을 밝히셨다. 그리고 한분 한분 포섭에 나섰다. 워낙 여장부 같으시다. 거절해도 마음 상하거나 타격을 입으신 것 같지 않다. 육아시간을 쓰는 나 포함 몇 분 제외, 아이들 관리해야 한다고 거절하신 특수 선생님 제외, 안그래도 수업 시수 많고 수업 준비도 많아 도저히 여유가 안난다고 거절하신 6학년 선생님 제외하고 꽤 많이 참석하신다. 심지어 보충 연습이 필요한 경우 집에서 따로 연습하고 오도록 숙제도 내신다고 했다... 우리 선생님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게 생겼다. 나에게도 2번은 물어보셨는데 8번 더 물어보시면 그때는 해야할 것만 같다.
4. 교장님과 교감님이 주신 급식을 먹게 되었다.
급식실 아주머니 2분이 더이상 지원을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선생님들과 협의 후, 배식 관련해서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급식을 떠 갈 수 있도록 교사가 지도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교장님이 누구시냐! 적극적인 분 아니시냐. 교장님이 오신 첫날부터 가신 분들을 대신해서 급식 배식을 도와주셨다. 교장님이 앞장서시니 교감님이 쉬실 수가 없다. 교감님도 함께 배식을 도와주신다. 황송하게 밥을 받아먹고 있는 중이다.
5. 행사 주최자가 아닌 행사 참여자로의 변화
교장님은 교내 행사 시에 인사말 하는 것을 안좋아하신다. 대신, 아이들 옆에 서서 함께 준비운동을 하고 영상 촬영을 하신다.
이 작은 6학급의 시골 학교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나라 전체가 움직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에 발맞춰 내년이 크게 달라질 것 같다. 그분의 열정이 대단하다고도 생각한다. 가끔 감사하기도 하고. 다만, 천천히 한 번에 한 걸음씩만 가주셨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