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레 꺼내는 이야기

함께 배우고 싶어서

by 소화록

브런치 연재를 시작하면서 글쓰기라는 창작 행위를 통해 나를 살게 하는 경험을 이어가고 싶었다. 그리고 더불어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마음으로 느슨한 연결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잘 다듬어지지 않은 못 생긴 글을 쓰기로 마음 먹으니 진실한 마음이 가려지지 않아서 좋았다. 하지만 이런 익명성에도 불구하고 늘 글을 쓸 때마다 어디까지 나를 오픈할 것인가는 글쓴이의 끊임없는 고민이 아닐까 싶다. 내가 지인들한테 절대 내 브런치 주소를 알려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누군가 내 글을 찾아서 읽고 있으려나?)


저번주 금요일에 교감님과 갈등이 있었다. 뭐랄까.. 학생의 지원에 대해 담임의 시선과 관리자의 시선이 다르다는 것이 주요 갈등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나는 각자의 위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행하고 의견을 제시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관리자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절차, 공평성 등에 내가 좀 더 관심을 기울이길 바랬다. 하지만 나는 절차를 무시하지 않았으며(책 잡힐 일을 하지 않음) 담임으로서 그때그때 학생의 문제 행동 심각도에 따라 지원 신청을 잘 해왔다고 생각했다. 도리어 담임인 나의 의견을 신뢰하기 보다는 자꾸 다른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 본인이 생각하신 걱정과 염려를 기정사실화 하는 것이 싫었다.


뭐랄까. 보통 때라면 나는 말이 안 통한다며 더이상의 소통을 하지 않고 참았을 것 같다. ‘알겠다. 조심하겠다.’ 라고 말하고 인터폰을 끊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내 몸이 더 아파질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나를 지키고 싶은 자아가 툭 튀어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참지 않고 내 의견을 설파했다. 그리고 교감님을 향해 이전부터 느꼈던 상대적 저경력 교사의 지도 역량에 대한 불신에 대해 그것이 오해이더라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씀 드렸다. 교감님은 자신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으나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며 사과를 하셨다. 모두의 시선을 의식해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듯한 교감님의 태도는 전적으로 교사의 편이 되어줄 수 없다. 나는 그래서 많이 서운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모르겠다. 주말동안 이분은 다시 어떤 감정을 추가적으로 느꼈을지는 몰라도 대화 중에는 내 마음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시는 것 같아 감사했다. 사실 타 직장 생활보다 그래도 교직에서는 덜 수직적인 구조라 나의 이런 발언들이 용인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떨렸다. 뿌리깊게 박힌 복종적인 또 다른 나는 벌벌 떨었다. ‘감히’ 관리자에게 따박따박 논리를 들어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에 대해, 버릇없는 행동은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나는 나를 지킬 것 같다. 더 이상 내 몸에 ’순종‘이라는 이름으로 스트레스를 쌓아두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나를 향한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더 아프면 나는 더 무너질 것 같았다.


감기를 심하게 걸려서 목이 댕강 쉬어버린 판에 30분 넘게 인터폰으로 쉬지 않고 말하는 나를 복도에서 몇몇 선생님들이 들으신 것 같다. 통화가 끝나니 눈치를 보며 교감님이랑 통화한거냐고 물어오셨다. 어벙벙 한 채로 그냥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반응한 그대로를 나누었던 것 같다. 공동체에서 의견을 협의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정답’이란 없다. 모두가 최선의 선택을 향해 의견을 조율하는 것 뿐이다. 나는 담임으로서 최선을 다해 우리반 학생 2명이 지원을 받도록 힘썼고 그것으로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 밖의 이해관계에 대해서 까지 내가 신경 쓸 위치는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그것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만약에-’ 라는 일로 말이다! ‘학급의 위기학생’ 에 대한 정의가 모호한 시점이다. 올해 법이 나왔고 올한 해는 시범 사업처럼 운영되는 느낌이 없잖아 있어서 위기학생에 대한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더 명확하게 협의회도 구성되고 다수의 협의를 통해 위기 학생 지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 과정 중에 몸살을 앓는 것 같았다.


맞서는 느낌은 언제 들어도 그리 쾌적한 감정은 아니다. 이날 쓰였던 에너지로 다음 날 하루종일 집에서 누워만 있었다. 재충전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겨울방학까지 남은 두 달은 힘을 빼고 학기 마무리를 향해 가고 싶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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