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우고 싶어서
한달만에 복직하는 길이니 고마운 마음을 담아 빵을 사갔다. 교무실과 행정실 각각 한 세트씩 준비해서 오며가며 당충전하시라고 쪽지도 적었다. 오랜만에 선생님들 보면서 멋쩍기도 수줍기도 했다. 역시 대놓고 주목받는건 너무 어렵다.
우영이(가명)의 어머님인 부장님께서는 내 몸을 토닥하심으로 마음을 표현하셨다. 그리고 수현이(가명) 상태가 약을 먹어도 상태가 메롱메롱 하는 것 같더라, 약 꼬박꼬박 잘 먹도록 어머님이랑 이야기 한 번 하긴 해야할 것 같다, 는 말씀을 하셨다. 아침부터 달갑지 않은 소리다. 부장님만의 안부와 인사법이었을까. 최대한 좋은쪽으로 생각하며 교실로 갔다. 우영이는 나를 보자마자 내가 없는 한 달 동안 자신이 얼마나 억울한 일을 많이 당했는지, 어떤 아이가 자신을 괴롭혔는지 상세하게 고했다. 어째 자신을 먼저 보기보다 타인의 잘못을 먼저 집는 말이 어디서 본 듯도 하다. 방금 막 교무실에서 듣다 온 것 같은데....
그렇게 어물쩡어물쩡 보고싶었다, 잘 있었냐는 형식적인 인사치레 없이 정신없이 1교시 수업에 들어갔다. 아이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나를 맞이했고 반겼다. 우영이처럼 한달 치 억울함 토로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점심시간에 동료 선생님과 운동장을 걷고 있는데 계속 내 이름을 불러 자신의 존재를 최대한 집중시키는 아이, 작년에 담임을 맡았던 아이가 그동안 왜 이렇게 안보였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복직 전 교감님과 통화할 때 우영이가 약은 잘 먹는지, 변화가 좀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교감님은 우영이가 아~주 사랑스럽게 변했다고 말씀하셨고 나는 그 말에 내심 기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약을 먹는다고 사람이 180도 확 바뀔 수는 없다. 그런 약은 세상에 없다. 우영이는 여전했다. 다만 충동적으로 친구에게 손과 발이 나가는 일은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인지 모른다. 여전히 보이는 모습은 있다. 타인의 행동을 지나치게 적대적으로 해석하는 사고는 그대로였다. 친구의 '다가가는 행동'을 자신을 '괴롭힌다'고 해석했다. 이 비논리적 사고를 어떻게 논박을 해야할까.. 고민이다. 지속적인 지도에 대한 고민이 크다.
오후에는 교장님과 교감님이 불렀다. 교장실에 가보니 차 한잔 하라면서 여러가지 훈화말씀을 해주셨다. 본인도 사기를 3번이나 당했는데 인생공부가 되더라, 인생이 무너지는 것 아니니까 힘내라, 선생님들과의 친목을 위해 악기동아리를 운영하니 함께하자, 밥 사주시겠다 등의 말씀이었다. 애매하게 웃고 애매하게 동의하며 마음을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나왔다. 벌써 퇴근시간이다. 서둘러야 한다. 복직하는 나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다. 예전부터 사고 싶었던 높이 조절 모션 데스크를 주문했고 설치하고 가고싶다. 육아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나는 반드시 해내고 갈 것이다. 내일부터 새출발 하는 마음으로 나의 건강을 챙기면서 일할 나를 위해!
스마트 칠판이 들어온 후로 분필쓰는 칠판과 화이트 칠판이 둘다 생겼는데 1학기에는 매일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줬다면 2학기에는 매일 아침마다 초등학생이 쓴 시를 적어주고 싶었다. 시가 주는 운율과 기쁨을 알게모르게 공유하고 싶달까. 환영한다. 복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