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우고 싶어서
(지극히 대표성을 갖지 않은 글입니다.)
08:35am
지각이다. 어디서부터 늦은 걸까. 이쪽 저쪽 차선을 옮겨가며 부지런히 주차하고 후다닥 교실로 들어간다.
쌀쌀한 교실 공기를 느낀다. 바닥 히터를 틀고 히터를 23도 미약으로 맞춰서 교실 공기를 바꿔본다. 오늘의 날짜와 1번 학생을 칠판에 표기한다. 오늘 퇴근 후에는 아이 어린이집 학부모 상담이 예정되어있어 육아시간을 신청했다. 아이들이 왔다갔다 한다. 숙제 제출하라고 안내하니 후다닥 <수학탐험대>문제집과 <한글 연습지>를 내놓고 놀러간다.
08:55am
종이 치자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온다. 오늘의 1번 아이에게 시간표 자석을 붙여달라고 했다. 개별반에서 1-2교시에 스마트 교육이 있어서 1=2교시 통합 시간을 3-4교시 수학 시간이랑 바꿔서 운영하기로 했다. 1교시 수학 시간에는 '(십 몇)-(몇)' 을 거꾸로 빼기, 수 배열판으로 빼기 등의 방법으로 연습했다. 아이들이 부쩍 수학에 자신감이 붙었는지 대답을 큰 소리로 외친다.
09:40am
올해 학급 경비를 다 지출하려고 교실에서 아이들 놀만한 보드게임 2개랑 10-11월 생일자 아이들의 생일선물, 과자파티를 위한 과자세트, 칭찬스티커 100개 달성시 주는 선물 6개를 주문했다. 수업시간이 일찍 끝나서 교실에서 새로운 보드게임을 하고 놀 수 있게 했다. 서로 하겠다고 싸우지 않도록 가위바위보 해서 순서 정하고 반드시 한판 씩만 하고 다음 사람에게 넘길 수 있도록 안내했다.
09:57am
중요한 순간이다. 26년도 3-6학년 아이들 관외 영어체험센터 신청날짜를 선착순으로 받는단다. 신청서 링크가 10시에 열려서 링크만 누르면 들어갈 수 있도록 대기를 했다. 10시가 되자마자 들어가서 미리 적어놨던 학년별 학생수와 선생님들과 협의한 날짜 우선순위 대로 후다닥 신청했다. 다 신청하고 시계를 보니 10시 2분이었다. 2분컷. 예감이 좋다. 올해는 놓쳐서 못갔던 영어체험센터를 내년에는 갈 수 있을 것도 갔다.
10:25am
중간놀이 시간이다. 교실은 텅 비었다. 행정실에 가서 맞춤형 복지 신청한 것 싸인하고 왔다. 아이들 오기 전에 선물 주문한 것 포장을 시작했다. 선물은 책상 아래에서 숨겨가며 요령껏 포장해야 한다. 환경보호를 위해 종이 포장지를 사놓았었는데 이럴 때 활용도가 높다. 포장이 일찍 끝나서 남은 시간에 12월에 갈 1-2학년 맞춤형 프로젝트 학습 세부계획서와 가정통신문을 마무리해서 작성했다. 이따 점심시간에 교감님께 보여드리고 구두결재를 받으려고 한다.
12:20pm
아이들과 급식을 먹는다. 우리반 특수 아이가 젓가락을 놓고 왔다. 같이 가겠다는 수현이랑 둘이 보냈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짚고 식판을 잘 들 수 있도록 지도하고 마지막으로 나도 배식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수다 삼매경에 빠지느라 밥 먹는 것을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오늘도 밥 다 먹고 반찬 반절 이상 씩 먹은 사람은 급식왕으로 뽑겠다고 말했다. 밥을 깨짝깨짝 먹으며 끊임없이 친구한테 말을 거는 수현이는 내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기도록 했다. 소시지만 먹지 않고 다른 야채들도 잘 먹도록 했다. 일대일로 신경쓰면 칭찬받고 싶어서 더 잘먹는 수현이다. 수현이도 오늘의 급식왕!
12:40pm
양치를 후딱 하고 친한 선생님과 잠깐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주말에 뭐하고 지냈는지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데 잠깐이지만 교사 가면 벗고 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 같아서 좋았다. 1시에는 교무실에서 오늘부터 한 달간 체육,과학 전담을 맡으신 기간제 선생님과 잠깐 인사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해서 서둘러 갔다. 와우, 21학번이란다.. 바로 옆 교무부장님은 같은 과에 01학번이시라는데 20년 차이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다음주 하루는 급식 파업으로 인해 학교에서 아이들 대체식을 제공한다고 한다. 교사는 아이들과 같은 대체식을 먹을지, 김밥 등을 따로 주문할지 잠깐의 회의를 했다.
13:10pm
환경보호 교육을 하며 동물의 소중함을 느끼고 입체동물 만들기를 했다. 조립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아이들이 끙끙 거린다. 완성을 하던 못하던 계속 시도해보라고 격려했지만 진짜 내가 봐도 난이도가 있다. 특수 학생을 도와준 사회복무요원이 거의 다 완성한 후, 멋쩍게 웃었다. 난이도 실패다. 못 만들고 간 아이들이 반절이다. 못 만든 것은 내일 만들자고 하며 정리하고 갈 준비 하자고 했다. 오늘 태도왕, 급식왕, 숙제왕, 청소왕 합산해서 칭찬스티커 갯수만큼 붙였다. 10개 한 줄이 다 채워진 아이들은 과자뽑기를 했다.
맞춤형 프로젝트 학습 계획안을 구두결제하려고 보니 교감님이 출장을 가셨다. 퇴근까지 남은 시간 동안 독서 조금 하다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