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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ison Lee Nov 25. 2021

엄마의 거리

인터넷에 잊을만하면 올라오는

일본 어린이들의 횡단보도 인사.

내가 지나가기를 기다려 멈춰 준 운전자에게

아이들은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시한다.


그건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지날 때마다

반복해서 몸소 보여 주신 것 중 하나인데

차 안의 운전자에게는 들릴 것 같지도 않은데

굳이 내 손을 잡고 크게 소리 내어

감사합니다, 목례를 하며 얼른 지나가셨다.

아마 운전자보다 내가 듣기를 바라셨던 거겠지.


엄마는 택시를 탈 때도

반드시 들리도록 안녕하세요, 크게 인사하며 타셨고

내리면서도 절대 문을 세게 닫지 않으셨다.

문고리를 끝까지 잡고 방문을 닫듯 조심히,

택시는 기사님들의 사무실이나 다름없는 곳이니

태워 주신 분께 예의를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며.


그리고 우리가 내리느라 멈춘 동안 기다려 준

뒷 차량의 사람들에게도 꼭 인사를 하셨다.

보이지도 않는, 어쩌면 우리를 보지도 않을 사람들에게.


엄마는 운전을 할 때도

막다른 길에서 길을 비켜 준 차를 향해 꼭 비상등을 켜 인사했고

교통지도나 주차 안내를 해 주시는 분이 계시면

상황이 허락하는 한 창문을 내리고 감사를 표했다.


당연한 것이고 누구나 하는 인사이지만

아마도 엄마는 그런 것들을 길 위에서, 몸에 배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를 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조차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우리를 돕고 있다.

그것에 둔감해지거나 당연히 여기면 안 돼.’


이제 나이가 들어

나 또한 내 아이에게 같은 것을 가르치며 돌이켜보니

엄마가 길거리 인사를 강조하신 이유는

내가 예의 바르기를 바랐다거나

남들 눈에 칭찬받는 아이로 자라기를 원해서라기보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습관,

나아가 온 세상은 나를 돕고 있다는 자신감을

쌓아주기 위해서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믿음은 분명히 내 인생에 강력한 토대가 되었다.


-


내가 돈을 냈으므로 당연히 받아야 할 서비스,

내가 약자이므로 당연히 받아야 할 배려라는 분위기가

점점 더 만연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나의 권리를 찾는 것과 감사를 잃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일 텐데.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눌러주는 사람,

내 앞에서 문을 잡아주는 사람,

떨어뜨린 목도리를 주워 주시는 아주머니,

놓친 숙제를 알려주는 친구,

수업이 끝난 뒤 인사해 주시는 선생님,

더딘 계산을 잠잠히 기다려 주시는 문구점 사장님과

이른 새벽 준비물을 가져다주시는 택배 기사님,

군인, 경찰, 미화원, 승무원, 보안요원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은 모두 작은 호의와 배려를 무수히 받으며 자란다.


그것을 예민하게 알아채고 감사해하도록 일깨워 주는 것이

그리고 너도 그렇게 살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세상을 향한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내가 받는 것이 당연한 아이들의 마음에는

불평과 원망이 자라지만

내가 받는 것이 감사한 아이들의 마음에는

사랑 받음에서 오는 자신감과 소명이 싹틀 터,


나는 내 아이가 가질 감사의 제목이

나날이 풍요로워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기에

그 모든 분들께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한다.


p.s 아, 그리고 나의 소중한 페친 분들께도,

온갖 잡다한 수다를 들어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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