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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작 Sep 18. 2023

아빠는 캠핑이 싫대

엄마캠핑

“어쩌면 그렇게 한번 얼굴을 볼 수가 없으세요?” 

나의 캠우들이 가끔 하는 말이다. 얼굴이 궁금한 대상은 바로 나와 딸들이 캠핑장에 나오는 주말, 집에 계시는 그분이다. 


우리 집 남자가 처음부터 캠핑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캠핑 초기 몇 번은 그도 적극적으로 캠핑을 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러하듯, 자신도 ‘군대 갔다 왔다’며 텐트 치는 것과 캠핑을 만만하게 여겼다. 


남자들은 군대에서 ‘막사’라는 것을 친다고 한다. 수십 명의 군인들이 야전 훈련을 하다가 밤이 되면 ‘막사’를 쳐서 잠자리를 해결했다는 것. 수십 명이 자야 했으니 그 사이즈와 무게가 대단했겠지.  그런 것도 쳤는데 서너 명이 자는 텐트쯤이야 뭐. 캠핑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갖는 선입견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족 캠퍼들이 구매하는 거실형 텐트는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첫 텐트를 치면서 깨닫는다. 우리 집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첫 번째로 마련했던 장비는 정사각형에 x자형으로 폴대 넣으면 되는 그늘막 텐트였다. 당시 온 국민이 한집에 하나씩은 있었을 듯 크게 히트했던 물건이었다. 가장 간단한 구조에 만만한 사이즈. 그 텐트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칠 수 있었다. 그런데 하룻밤을 지내보니 그늘막 텐트는 바람에 약해 잘 휘청거렸고 결정적으로 출입문에 지퍼가 없어서 여며 닫을 수가 없는 구조였다. 그늘막은 이름 그대로 한낮의 나들이에 약간의 그늘을 제공하는 소풍용 텐트라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두 번째 캠핑에서 텐트라는 물건을 제대로 경험했다. 그때 나는 ‘이너’라고 하는 잠자리 공간과 약간의 거실 공간을 가진 ‘더블 월’ (공간을 두 겹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텐트) 텐트를 렌털샵에서 빌려 갔다. 


“바깥 폴대를 끼워서 세운 뒤에 이너는 안에서 맞는 단추를 찾아 순서대로 매달면 돼요”

건조하게 얘기하던 렌털 샵 사장님.  분명 쉽다고 했었다. 그런데 캠핑장에서 텐트를 바닥에 펼쳐 놓고 보니 생각보다 꽤 넓은 데다가 네 개의 폴대 중 어느 구멍에 어느 폴대를 넣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텐트라는 물건은 폴대와 스킨의 길이가 딱 맞아야 짱짱하게 서는 물건이다. 폴대의 길이가 모두 똑같지 않은 경우, 제 위치에 넣지 않으면 폴대를 세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멋지게 텐트를 세우고 싶었던 아빠는 당황한 나머지 힘으로 우겨서 넣기도 하는데, 그때에 폴대가 부러지거나 스킨이 찢어지기도 한다.      


초보 캠퍼가 고생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지점 때문이다. 처음이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것. 알고 보면 황당할 만큼 아주 간단한 무지로 인해 고생을 한다. 알고 보면 쉬운 대부분 것들이 그러하듯. 


우리 부부는 폴대를 넣었다 뺐다, 세웠다 무너뜨렸다 하면서 진땀을 흘렸다. 두어 시간이나 걸려 간신히 텐트를 세운 뒤에는 두 번째 문제가 닥쳤다. 이너를 끼워야 하는데 이게 도무지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위인지 아래인지를 모르겠다. 여긴가 하고 단추를 끼우면 마지막 지점에서 뭔가 유격이 안 맞는다. 간신히 짝을 맞춰서 단추를 끼우고 났더니 '어, 이게 문이 이렇게 생긴 게 맞나?' 싶다. 이너를 거꾸로 달아 세운 거였다. 

다시 모두 풀어서 처음부터 다시 끼운다. 거의 끝에 이르러서야 첫 단추 위치가 두 번째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고....  

그렇게 애꿎은 시간이 흘러갔다. 해는 따갑게 비치고, 진땀인지 뭔지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잔뜩 기대에 차서 기다리던 아이들은 지쳐 갔고 결국 배가 고프다고 칭얼댔다. 아, 내가 왜 캠핑을 나왔지? 후회와 짜증이 확 솟구치기도 했던 그날. 


공교롭게도 남편의 전화기가 계속 울려댄다. 남편은 전화를 받느라 텐트에서 손을 떼고 저만치 서서 전화를 받는다. 나는 텐트를 계속 친다. 팩을 박고, 줄을 당기고.... 남편의 전화 통화가 길어진다. 음... 화를 낼 순 없지. 가는 날이 장날이었으니까.  얼마 전 남편은 출간될 책의 초고를 출판사에 보냈는데, 그날따라 편집자가 교정 내용에 대해서 자꾸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출판 일정상 통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혹시나 싶어 초고를 챙겨 온 남편은 원고를 들춰 보면서 편집자와 오래오래 통화를 했다. (윽, 지금 쓰면서 생각해 보니 일부러 통화를 길게 한 건 아니겠지?)

     

훗날 이 캠핑장은 나의 단골 캠핑장이 되었는데, 그날의 상황에 대해 캠프장은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 캠핑을 하러 온 분들이라 잘하고 있나 신경 쓰여서 오며 가며 지켜봤는데, 

아유, 텐트를 세 시간이나 걸려서 치는 거예요. 

게다가 텐트는 여자분이 다 치고 있고, 남편 분은 서서 계속 책만 보고 계시는 거예요. 

와~~ 저분, 뭐지? 강적이다. 그랬죠. 하하하”     


나는 배꼽을 쥐고 웃었다. 멀리서 봤으니 딱 그래 보여을 것도 같다. 

하지만 그날이 꽤 고생스러웠던 것만은 사실이다. 그날 이후 남편은 더 이상 캠핑을 못하겠다고 두 손을 들었다. 캠핑을 하고 허리에 후유증이 심하게 와서 고생하는 걸 봤던 터라 내심 포기하고 있기는 했다. 


그리하여 남편의 이미지는 캠핑장에 와서 아내가 고생스럽게 텐트를 치는데도 아랑곳 않고 책만 보다가 간, 캠핑을 극도로 싫어하는 빌런이 되었다. 평소 집에서는 매우 가정적인 남자인데. 억울할까?  


하기는, 그날 이후 그는 나와 함께 캠핑을 하며 다정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를 갖지 않았고 앞으로도 캠핑장에 나타날 의향은 별로 없는 듯하니, 그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될 여지 또한 없는 것이겠다. 캠핑이 무서운 남자?  에라 모르겠다, 자업자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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