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s exactly what I want!
아들이 수족구에 걸려 어린이집에 4일이나 등원을 못했다가 오늘 드디어 갔다!
이런저런 집안일을 한 후 전자도서관에서 흥미 있어 보이는 책을 대출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라는 제목부터 신난다.
(나는 멀쩡한 집 놔두고 카페에서 공부하고 싶은 아줌마라서 ㅎㅎ)
요즘 ‘공부’라는 키워드에 꽂힌 듯 이런 종류의 책이 술술 읽힌다.
'매일매일 공부하는 할머니가 되기를 꿈꾸는 공부 생활자의 에세이'라고 소개된 책이었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번역일을 해온 저자는 책을 사랑하고 배움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배움이 꼭 전문적일 필요도 없고, 열심히 해야 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그저 가랑비에 옷 젖듯, 스스로 만족할만할 결과만 얻으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이렇게 언급은 하지만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를 배우고 읽을 줄 아는 분이라니, 본인의 능력을 너무 겸손하게 소개하고 계심. ㅎㅎㅎ)
이 책 역시 호기심을 기반으로 스스로 찾아서 탐구하는 공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무조건 열심히,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잔소리가 아니라 좋았다.
아들의 하원시간 전까지 단숨에 다 읽었을 정도로 와닿는 내용이 참 많아 거의 필사 수준으로 기억하고 싶은 구절들을 정리했다.
사람은 나이와 관계없이, 직업으로서의 일을 하지 않더라도 사회와 연결되기 위해 뭔가 할 일이 필요하다. 나는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에 따르는 모든 행위를 ‘공부’로 치환하기로 했다. 현재의 삶에 갇혀 더는 생각이 자라지 않을 때는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 그 새로운 생각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내겐 뭔가를 배우는 일이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면 옳은 길을 되찾아 나오면 된다. 가야 할 길이 아니라면 아무리 멀리, 아무리 많이 걸어갔다 해도 미련 두지 말고 냅다 돌아 나오는 게 좋다.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도 많이 걸어간 것이 아까워서 계속 가는 것이야말로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길을 너무 멀리 떠나와서 어디로 돌아갈지 알 수 없을 때는 그 자리에서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것도 속 시원한 해결책이다. 내가 하고 싶어 시작하고, 내가 하고 싶지 않아서 그만두는 건데, 나 아닌 그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지겠는가.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일본 드라마 제목). 자기 검열을 너무 많이 하면 나중에는 판단력이 흐려진다. 자기 회의도 가끔만 해야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걸 배우고 싶어질 때는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별로 기대하지 않아야 부담이 없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대충 시작했다가 마음에 들면 최선을 다하자! 그렇게 선택과 집중의 시기를 지나 균형을 잡게 되면 무엇을 배웠건 그 분야에 관해서는 한결 깊어진 눈빛을 지니게 될 거다.
사람들마다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야 제각각이겠지만 나는 트인 공간이 주는 공공성을 즐긴다. 혼자 있음에도 외롭지 않고, 여럿이 함께 있지만 따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지만 내 마음대로 행동할 수는 없는, 약간의 제약이 뒤따르는 그 장소성이 내 자세와 태도를 바로잡아줘서 더 좋다. 그렇게 공적인 장소에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공부하고 작업하는 것은 생산적일 수밖에 없다.
집은 너무 사적인 공간이어서 너무도 편안한 나머지 딴짓을 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꼭 필요한 집안일이 아닌데도 일을 만들어 딴짓을 하고 있다 싶으면 공간을 바꿔주는 게 낫다.
현재의 삶에 갇혀 더는 생각이 자라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는가?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떤 용기를 내야 할지 모를 때,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 축적된 책을 읽거나 새로운 걸 시도하고 배운다. 이성적으로 사고하든 감성적으로 대책 없이 골라잡든 일단 뭐라도 읽고 배운다.
매일매일이 일일시호일이면 바랄 나위 없겠으나, 그렇지 않은 날에는 하루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나는 책을 읽었다. 반성이 필요할 때는 조용히 침잠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책을 읽는 걸로 떨어져 나간 자존감, 빠져나간 자신감을 메웠다(사실은 기분이 좋은 날은 기뻐서 책을 읽었고, 기분이 나쁜 날은 슬프다는 핑계로 마구 책을 읽었다). 게다가 이제는 노후까지 생각해야 한다. 준비가 전혀 안 된 것도 아니건만 노후를 생각하면 나이 든 삶에 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사람처럼 놀랄 때가 있다. 놀란 가슴 부여잡고 지나가는 책이나 하나 붙들고 읽는 수밖에.
독서는 책을 읽으려는 행위를 넘어서 인생을 배우려는 마음 그 자체다. 동시에 배우려는 마음을 북돋우기도 한다.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현재,
'책을 읽는 걸로 떨어져 나간 자존감, 빠져나간 자신감을 메웠다'는 작가의 문장을 읽으며,
독서를 통해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려는 내 시도는 참 건강한 선택이었다는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듣고 싶었던 온라인 강의를 신청했다.
주입식 교육 중독자인 나는 뭐든 일단 등록을 하면 안심이 되는 경향이 있다.
(아부다비) 카페에서 공부하는 아줌마가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