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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Jan 14. 2024

새해 '바닷길'을 걷는다면 호미반도

경북 포항 호미반도둘레길 2, 3코스 트레킹

매년 정월이면 늘 찾아가고 싶은 곳이 동해다. 동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바다다. 아침 해는 우리 집 베란다에서 보이는 산자락이나 멀지 않은 대청호수에서도 볼 수 있지만 동해는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나는 지난해 묵직하게 짓눌러왔던 마음의 찌꺼기를 씻어내고 힘차게 떠오르는 붉은 태양의 ‘기(氣)’를 받기 위해 매년 첫 번째 트레킹 코스로 동해에 접한 겨울 바닷길을 잡는다. 


올해는 경북 포항 호미반도둘레길을 선택했다. 마이힐링로드 회원들과 함께 호미반도둘레길 4곳 중 1코스 중간의 구도해변에서 시작해 2코스 들머리인 연오랑세오녀공원을 거쳐 홍환해변까지 8.5km를 걸었다.  



이 길은 최백호의 히트곡 ‘영일만 친구’의 배경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 호랑이 형상의 한반도에서 꼬리에 해당하는 호미반도는 동해 쪽으로 길게 뻗어 ‘영일만’을 품에 안고 있다.


그래서 바다는 왠지 ‘활어(活魚)’처럼 날 것 그대로의 생동감이 있다. 우리 일행이 구도해변에 도착했을 땐 바람 한 점 없는 온화한 날씨에도 파도는 방파제를 집어삼킬 듯 거친 포효(咆哮)로 환영했다. 



최백호는 ‘영일만 친구’에서  “갈매기 나래 위에 시를 적어 띄우는 /  젊은날 뛰는 가슴 안고/ 수평선까지 달려나가는 돛을 높이 올리자 / 거친 바다를 달려라”라고 노래했다. 구도해변에서 바다를 끼고 연오랑세오녀공원으로 넘어가면서 그 가사가 떠올랐다.


호미반도둘레길은 생명력있는 열정 가득한 길이다. 특히 이날 마힐로가 걸은 코스는 오로지 해안도로를 걷는 다른 코스와 달리 포구와 바닷길로만 이어져 있어 '겨울바다'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몽돌해변과 포구, 바다데크길이 두루 섞여있는 길은 파노라마 같은 풍경은 익숙한듯 하면서도 새롭다. 이국적인 하얀 바위가 우뚝 솟은 ‘힌디기’와 여왕바위, 모마이 바위를 비롯해 온갖 형상의 바위는 1억500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빚어진 절경이다.


시인 양병우는 ‘겨울바다’를 가는 것은 ‘시린 바닷바람 마음 가득 마셔 / 나를 씻어내고 싶어 가는 것이다’라고 했다. 공감이 간다. 거기에 하나 덧붙이면 거친 파도의 강한 생명력이 에너지처럼 내 마음을 충전시킨다. 그래서 정월에 겨울바다를 걷는다면 호미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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