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람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어차피 전공과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며 대학이 크게 중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대학교를 졸업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80%이다. 청소년 대부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하다는 듯 대학에 진학한다. 고3 때 대학 진학에 실패하면 재수를 하고 재수에 실패하면 삼수, 사수를 하며 어떻게든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 한다. 대학 진학을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준비하다 보니 오히려 대학교에 가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에 입학하여도 비싼 학비에 벽을 느끼게 된다.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중고등교육과 달리 대부분의 대학은 사립으로 운영되어 한 학기 학비만 300만원이 넘는다. 실험과목이 있는 공과대학에 입학하면 500만원이 넘는 학비를 지불해야 한다. 4년 과정을 밟는다고 생각하면 2,400만원~4,000만원인 셈인데 갓 성인이 된 20대가 감당하기엔 큰 액수의 금액이다. 부모의 손을 빌리기에 적은 돈도 아니다. 대부분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빚을 내어 학교를 다니게 된다. 우리는 거래의 8요소 중 하나인 '부채'와 함께 20대를 시작한다.
위에 사람들에 말에 의하면 어차피 전공을 배워도 다른 일을 하게 되는데 굳이 왜 대학에 진학하려 할까?
OECD 회원국 대상으로 조사한 대졸&고졸 임금 격차 그래프를 확인해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고졸임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대졸임금이 172인 미국이 1위를 기록하였고, 그다음엔 우리나라가 160으로 2위를 기록하였다. 대학교만 졸업하면 전공과 관련이 없어도, 능력이 있던 없던, 높은 연봉을 주고 데려가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진학하지 않은, 20%의 삶은 어떨까?
일단, 최저시급에 준하는 연봉을 받으며 일을 시작한다. 물론 입사하기 전에 그 정도 연봉을 받을 거라고 상상도 못 한다. 사회에서 알아주는 기업이고 회사명을 검색했을 때 평균 연봉 XXX원이 기재된 걸 보면 나도 당연히 그 정도 받을 거라 생각한다. 최종 합격하였을 때의 기쁨은 입사 계약서를 쓰면서 수그러든다. 내가 받게 되는 연봉 금액을 처음 마주하며 앞자리 숫자가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내가 평균 연봉 낮추는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줄이야. 그렇다고 입사를 무를 수도 없다. 주변인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고 좋은 회사를 포기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만다. "거기 대학 나와도 들어가기 힘든 곳이야", 맞아, 대신 대학 나오면 연봉이 두 배가 되더라. 그들에게 나는 충분히 대체 가능한 고졸 직원이고 이 정도 월급을 받으면서 말 잘 듣는 사람은 많다.
좋은 기업에 들어가는 경우도 20% 집단에서 1%에 해당한다. 남은 19%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작은 회사 경리로 입사하여 온갖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커피 담당, 스케줄 담당, 결산 담당, 청소담당, 사실상 모든 일을 다 하는 일당백이다. 단지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적은 돈을 받으며 여러 일을 하게 된다. 프랜차이즈 매장 아르바이트로 취업해도 취업한 것으로 간주하여 취업률을 높이는 특성화고등학교도 더러 있다. 고등학생 때 기술을 배워 기술자로 취업하려는 사람에겐 그런 일은 커서 언제든 할 수 있으니 다른 일을 찾아보라 말하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억대연봉을 받으며 좋은 대우받는 기술자가 우리나라에서는 나이 들어서 할 거 없을 때나 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20%의 사람들이 대학을 진학하지 않은 이유는 다양하다. 가계에 힘이 되고 싶어서, 성인이 되어 독립하고 싶어서, 대학교에 갈 성적이 되지 않아서 등 각기 다른 이유로 대학이 아닌 진로를 설계한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고졸로 살아가기는 힘들다. 나라가 보장한 최저시급 위에 놓인 쳇바퀴를 굴려가는 것과 같다. 더 이상의 큰 변화도 미래에 대한 비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렇다. 물론 운이 좋아서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고등학생 때 프로그래밍을 배워 개발자로 취업해 현재 억대연봉을 받고 있다거나 일찍이 사업을 성공한 경우도 있다. 성공한 사례는 앞다투어 소개되지만 실패된 사례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고졸취업은 4년 일찍 사회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40년 사회생활 질을 낮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