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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 Jun 05. 2024

이제는 내 삶에 로그인하겠습니다.

'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 성장메이트 저널링

마흔. 몰랐다 단어가 주는 무거움을. 마흔이 되면 몸이 여기저기 아프고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기 딱 좋은 나이기에 열심히 몸을 가꾸고 내 삶에 대한 어느 정도 결실이 맺혀 있어야 하며 사회적으로도 떡하니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어야 하는 그런 나이.  나에게 마흔은 그랬다.



그러지 못했다. 젊을 때 과신했던 나의 건강은 하나둘씩 삐그덕 댔고 자꾸 이런 식이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경고의 신호를 마구 보내고 있었다. 어른들을 보며 방금 들은 말도, 일도 기억 못 하고 자꾸 딴소리하시는 모습을 보며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했는데 그들보다 더 한 내 모습을 보며 ‘뿌린 대로 거둔다, 인과응보’라는 말을 절절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사회적 지위는 말해 뭣하랴. 지하 30층까지 뚫고 내려간 나의 사회적 지위는 말하면 입 아프고 또 말하면 소음 양산이니 생략하겠다.     


뭔가를 해내야 할 것 같은 나이 마흔. 뭐라도 하나 이뤄야 할 것 같은 나이. 그 나이에 글쓰기를 만났다. 이제는 내 인생에 좀 더 관심을 가져줘야겠다는 생각이 정말 딱 마흔이 되니 생기기 시작하더라. 아이들을 내 살과 뼈를 갈아내는 심정으로 키웠으나 좀 컸다고 엄마 말은 귓구녕으로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하는 아이들을 보며 '그래, 이제 나도 좀 내 멋대로 좀 살아보자'는 생각이 솟구쳐 올랐다.  그때 나에게 찾아와 준 글쓰기.    


 



글을 쓰며 알았다. 아. 내가 정말 생각 없이 살았구나, 내가 말하고 생각하는 수준은 딱 초딩이구나. 아이들 어릴 땐 우쭈쭈 해주던 말만 썼더니 나의 어휘와 문장력도 그 수준에 멈췄고, 아이들이 좀 더 커 초등학생이 되니 내가 하는 말의 80프로는 초등교과서 학습도구어에 그치고 있었다. 나름 책 좋아하고 책을 자주 읽는다 자부했지만 나의 문해력은 이미 진즉부터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갈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을 글을 쓰며 알았다.


‘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에서는 말한다. 라이트라이팅(Lightwriting). 일상 속 빛나는 순간(light)을 바라보고 가볍게(light) 글을 쓰라고. 책을 읽으며 ‘그게 쉬우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겠습니까’라는 반감이 스멀스멀 들려는 찰나. 각 잡고 쓰지 말고 막 쓰란다. 걍쓰란다. 작가는 ‘막쓰즘’이라는 작가만의 언어를 만들면서까지 일단 막 쓰라고 말한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흔히 듣는 말.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권수호 작가는 말한다. 쓰레기라도 일단 세상에 나와야 한다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단지 고작 6개월. 써낸 글은 30편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잘 쓰고 싶은 욕심은 누구 못지않아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 가는 게 쉽지 않다. 같은 출발선에 선 그녀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혼자 쭈그리고 앉아 땅을 파고 내려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하 10층쯤 내려온 듯하다.(다행이다 10층에서 멈춰 설 수 있어서.)

잘못 힘주면 뻘에 빠진 다리가 오히려 더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각 잡고 뭔가 번듯하게 쓰려고 힘주다 오히려 더 지하세계로 뚫고 내려가기 전에 힘 빼고 써봐야겠다. (어차피 내가 쓴 글 누가 보지도 않는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불행이라고 해야 하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p.34
삶의 의미와 행복을 붙잡는 최고의 방법은 평범한 일상에 숨어 있는 빛나는 순간을 찾아 온전히 누리는 것이다.     p.11





고찰, 통찰, 성찰. 나에게는 너무 무거운 말이다. 일단 관찰부터 해보고 나서 이야기해봐야겠다. 너무도 평범하고 단조로운 나의 삶을 관찰해 주는 성의부터 보이고 막 써 내려가 보지 뭐.


아이들의 빛나는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지금도 아이들의 성장일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 빛나는 순간을 포착하는 시선을 나에게로 돌려 의미를 담아 나만의 세상에 로그인 해봐야겠다. (사춘기 아들에게 당해봐서 안다. 애들의 한순간 순간이 너무 소중해 남기는 정성을 보여봤자 지 맘에 안 들면 돌아오는 건 뾰족한 세모눈이라는 걸. )          





필라테스를 배운 지 2달.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따라주지 않아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던, 운동을 다녀온 후 기본 일주일은 휴식기를 가졌어야 했던 비루한 나의 몸뚱이.

그런 내가 어느 순간 버티고 있다. 하라는 동작을 모두 따라 하고 있다. 오히려 허벅지에, 복부에 등허리에 오는 자극을 느낄 때 짜릿함마저 느낀다. 좀 더 자극을 느끼기를 하는 내 몸뚱이를 보는 순간 아, 이렇게 조금씩 근육이 붙는 건가 싶다. 그러니 신이 난다.

일단 막 쓰다 보면 나의 글쓰기 근육도 스멀스멀 눈치채지 못하게 붙는 날이 올 테지. 글 쓰는 순간이 신나는 그날이 속히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한 번 더 그윽하게 바라본다.     




어떤 길이든 지름길은 없다. 초보로 시작해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건 꾸준한 노력뿐이다.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빨리 가고 싶어도, 옆에서 압박해도, 본인이 깨닫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천천히 한 발짝씩 앞으로 가야 한다.          -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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