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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oved Sep 23. 2021

전, 에티오피아 사람이거든요!

에티오피아:솔로몬의 후예들


아프리카로 팀을 인솔하면서 재밌었던 사실은 우리가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자세히 보다 보면, 아프리카 국가별로 생김새가 조금씩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이 온다는 것이었다.

 

많은 아프리카인들이 오가는 케냐 나이로비 공항이나, 우간다 엔떼베 공항에서 저 사람은 아프리카 어느 나라 사람일까? 유심히 관찰하는 나를 보며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한 눈썰미가 생긴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잠깐! 퀴즈]

이 아이들은 어느 나라 사람일까요?

©lorday


정답은 맨 끝에.




많은 아프리카인들을 본 건 아니지만, 에티오피아인들이 다른 아프리카인들과 조금 생김이 다르다는 건 여러 번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절대로 아내 귀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며 신신당부한)

어떤 회사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현지 사업장 설립을 위해 수개월간 에티오피아 출장을 가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는 것.

 

이유인즉슨, 에티오피아 여인들이 너무 예뻐서 동네 어귀에서 사람 구경만 해도 하루가 가는 줄 몰랐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에이, 아무리 예뻐도 뭐 그 정도까지...'하고 생각했던 나는 현지 사람들을 보고 무슨 말인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체형의 선이 길고, 눈은 옆으로도 길고 맑고 동그랗고 크다. 얼굴이 작고 턱 끝이 뾰족하고 코끝은 날렵하다.

피부는 까맣기보다는 정말 캐러멜 마끼아또 색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현지에 가보니 마치 모딜리아니 그림에서 나온 사람처럼 갸롬하고 기다란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더 가까이에서 에티오피아인들을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팀 일정 중간쯤, 현지인 홈스테이를 하러 간 집에서 함께 짧은 영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집에 있던 사진을 보는 순간!!


보이는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주인아저씨의 미모가!

에티오피아 만찢남이 나타났다! ©beloved


미의 기준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냥 보는 순간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박한 마음을 가진 분들과 만날 수 있게 되어서 더 그렇게 보였을지도.


나중에 찾아보니 전 세계에 활동하는 흑인 모델 중 에티오피아인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현지 스태프 K가 우리에게 미션을 주었다.

조를 짜서 저녁에 먹을 식재료를 하나씩 사서 센터로 돌아오는 미션.

각자 에티오피아어를 적고 발음을 써서 장을 다녀보기로 했다. 시간이 남으면, 마켓 구경도 덤으로 할 수 있는 시간.  

(좌)현지 교통편을 타고 마켓출발! (중)작은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마켓거리(마네킹 무섭..) (우)주얼리 가게에서 만난 훈남청년 ©beloved

에티오피아 사람들도, 여느 아프리카 사람들처럼 밝고 유쾌하다. 조별 미션 식자재는 호박, 양파, 당근 등 비빔밥 재료였는데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니 외국인이라고 엄청 바가지를 씌우는 것도 우리네랑 비슷, 구경삼아 들어간 주얼리 가게에서 잘생겼다고 칭찬하니 깎아주는 인심도 비슷.


정감 넘치는 사람들과의 짧은 조우였지만, 삶의 단면들을 보며 부대낄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성경에 에티오피아가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지?

에티오피아 역사를 보면 솔로몬을 사랑한 시바 여왕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이룬 악숨 왕조가 에티오피아의 시초라고 전해진다.

개인적으로 여행하는 나라의 박물관은 꼭 가 보는 편인데, 마침 팀 일정의 마지막에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박물관을 가게 되었다.

에티오피아 전통악기들에 대한 설명©beloved
(좌)성경이야기가 그려진 그림 (우)시바여왕과 그의 아들©beloved

비록 유수한 다른 나라의 대형 박물관에 비할 수는 없을지라도, 이들의 유물과 역사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보게 되었다.

솔로몬의 후예로서 그들이 가진 자부심과 역사는 우리네 조선왕조 500년과 비슷한 무게이지 않을까.




그냥 수많은 아프리카인 중 하나로 보였던 사람들이 에티오피아인으로 오롯이 보이기 시작하는 때.


중국인이냐고, 일본인이냐고 말을 걸면 "저, 한국사람이그든요!" 발끈하는 우리네 마음처럼, 그저 아프리카 사람인가? 하며 무심코 지나치면 미안해질 것 같다.


시간이 지나, 다시 나이로비나 엔떼베 공항 어딘가에서 에티오피아 사람 같은 갸롬한 사람을 옆자리에서 만난다면...

어디에서 왔냐고 묻기보다 “오~! 에티오피아 사람 맞죠?”하며 아는 척도 하고 싶고, 인젤라의 시큼한 맛을 좋아한다고, 분나를 대접받은 감동이 남아있다며 호들갑스럽게 수다를 시작하고 싶다.



동아프리카의 커피 생산국이 아닌...

에티오피아, 아름다운 솔로몬의 후예들로 마주하면서.














정답: (왼위)마다가스카르/(오른위)케냐 마사이/(왼아래)에티오피아/(오른아래)우간다 내 수단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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