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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oved Sep 18. 2021

원통과 꼴통

XOXO

치아교정을 하고 나서 나는 급격히 발음이 새기 시작했다.

게다가 마스크까지 쓰다 보니 하는 말들이 정확하게 전달이 잘 안된다.


얼마 전, 좋아하는 브랜드가 세일이라며 가보자는 동생의 말에 같이 근처 쇼핑몰에 들렀다.


옷을 보러 다니다가 각자에게 잘 어울리는 색이 따로 있다며 퍼스널 컬러 이야기가 나왔다.


“맞아, 너는 쿨톤이고 나는 웜톤이라 그 색은 너한테 어울려!”

“ 어? 뭐라고? 꼴통? 원통?”


읭!

갑자기 나온 두 단어에 둘 다 빵 터지고 말았다.


원체 사오정인 동생과 발음이 새는 나의 개떡 찰개떡 모먼트.

(개떡같이 말했는데 찰지게 개떡처럼 알아듣는 뭐.. 그런…)


사실 그랬다.


이십 대,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다 하지 못했던 나는 억울하고 원통한 일이 많았다.

이십 대, 하고 싶은 말을 노 필터로 해 제꼈던 동생은 알아주는 꼴통이었다.


달라도 너무 달라서 정말 살벌하게 싸우던 시절이었다.


시간이 흘러…


원통이는 고구마 같던 시간들을 훌훌 털고 가벼워졌고,

꼴통이는 정상범주의 노선을 유지할 수 있는 내면의 질서가 생겼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상황을 마주할 때 종종 토시까지 같은 말을 해서 “찌찌뽕”을 외치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

나는 봄원통, 너는 여름꼴통.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내자.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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