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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oved Sep 08. 2021

더부룩, 후루룩, 어수룩.

마이 라이프 룩북

Look Book.


인생의 시즌별로 나오는 내 인생의 룩북이 있다면 어떨까?


내가 SNS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냥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는 건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다시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다.


누군가에게 보일 인생의 자랑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생이 무한하고 충만한 기쁨으로만 점철되어 있거나,

기가 막힌 일들만 펼쳐진 것도 아니었다.

꼰대가 되어서 인생은 이런 거라고 말하고 싶어질까 봐 걱정도 되었다.


그냥 내 안에 무수한 실수와 실패, 그리고 답답함과 고민 가운데 얻은

나에게 주고 싶은 한 가지 교훈은..

인생의 모든 순간은 다 쓸데가 있다는 것이었다.


진절머리 나는 삽질 라이프도 어느새 팔에 잔근육이 생긴다는 놀라운 진리.


지혜가 없어서 하는 고생은 영양가가 없지만,

고생하면서 배운 지혜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주는 것 같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해서 늘 마음이 더부룩했었고,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해야 할 때마다 후루룩, 국물 마셔버리듯 끝내버리다 보니 실수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나의 인생의 순간들은 늘 완결과 완성과는 거리가 먼, 어설프고 어수룩한 시간이었다.


그런 나의 인생을 감추기 위해 꽤나 멋진 글과 말로 포장했던 때도 있었다.


완벽, 치밀, 효율, 합리.


한때, 내가 사랑했던 단어들이다.


삶의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치열하게 완벽해지려는 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해야 가능한 일임을 배우게 되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에...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은 룩북을 볼 수 있다면,


어딘가 어설프고 모자라며, 부족해 보이는 수많은 내가

형형색색의 모양으로 담겨 있으면 좋겠다.


크고 작은 삶의 색깔들을 다시 기록하고, 기억해서

그 삶을 통해 배우게 하신 것을 감사하는 글쓰기가 되기를 다짐해본다.


어수룩 라이프 룩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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