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loved Aug 29. 2021

아프리카에서 아아를 먹으려면?

에티오피아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는 방법

뜨거운 한 낮,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 아바바의 한 카페를 간 우리 일행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먹고 싶었다.


반갑게도 음료 메뉴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구나!

카운터에 가서 여유 있게 주문을 하고 지갑을 꺼내려는데 종업원이 꺼내는 한 마디.


" Sorry, Ma'am."


나는 아메리카노를 먹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1. 동양인에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팔지 않는다.

2. 아프리카는 아이스 메뉴가 없다.

3. 그냥 복불복이다.

.

.

.

.

.

정답은 3번.

복불복인 이유는 내가 카페에 갔을 때, 전기가 들어오느냐 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날은 전기의 간택을 받지 못한 날이었다.

우리는 모두 이름만 아이스인 미지근한 커피를 한잔씩 손에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기에, 성급하게 일반화하지는 마시라.) 




아프리카. 여성인 개인이 여행하기에는 무척이나 낯설고, 두렵기도 하고, 환상이 있을 법한 미지의 대륙.

특별한 마음이 없다면, 일생 중 한 번도 가볼 일이 없는 곳 일는지도 모르겠다.


왜였는지는 모르겠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아프리카를 꼭 가보고 싶었다.

 

고무줄놀이할 때 흥얼거렸던 노래 탓인가?


“아프리카 사람들은 마음씨가 좋아, 좋아, 케잌 사주고~♬”


도대체가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 그 노래에 맞춰

짧은 다리를 찢어가며 고무줄을 넘나들었던 그때부터,

나의 아프리카 궁금증은 시작되었던 것 같다.


아마도 어릴 때는 내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동경이었을 것이고,

조금 더 자라서는 모험과 탐험을 좋아하는 내 성격 탓이었겠지.


그래서, 아프리카는 꼭 밟아보리라 생각했다.


한가지 문제는, 그당시 우리 집은 아프리카는커녕 여행이라는 것 자체를 맘대로 다닐 형편이 아니었다.


비행기 값만 몇 백이 드는 여행을, 그리고 설사 돈을 모았다고 해도 여자 혼자 아프리카 여행을 간다는 건 무모하기도 하고, 그 돈이면 등록금을 하고도 남을 금액이었기에 말조차 올리지 못할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 겁쟁이인 나를 이겨먹는 모험심이 이기지 못하는 것 한 가지,

바로 우리 엄마의 자식 걱정이었다.


아프리카의 '아'만 꺼내도 들려올 엄마의 잔소리.

가지 말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시지만, 끊임없는 걱정을 쏟아부으실 게 뻔했다.


"아니, 거기 가려면 비행기 티켓비용도 많이 들텐데!"

"거기 여자 혼자 가도 되는 거라니? 혼자는 못보낸다."

"혹시 풍토병 같은거 걸리면 어떻게 해!"


엄마의 자식 사랑을 이길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아프리카에 대한 꿈은 그냥 꿈을 꾸는 것이겠거니 하고 넘겨버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 못한 때에 나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오게 되었다.


남들은 일을 그만두고서야 갈 수 있을 4번의 아프리카 여행.

나는 오히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가게 되었으니, 참으로 알 수 없는 인생이다.


다만,

엄마의 자식 걱정은 덜어드려야 해서였을까?

사랑하는 나의 엄마를 교통사고로 하늘로 보낸 후, 3년 뒤.


나의 꿈이었던 아프리카 여행이 시작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