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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oved Sep 01. 2021

한 여름에 아프리카라니, 힘드시겠어요.

지난한 마음의 장마 끝에 찾은 피서_아프리카.

[프롤로그]


엄마를 갑자기 하늘나라로 보내고, 매일 울면서 회사를 다녔다.


모니터 앞에서 동료들과 떠들다가도 갑자기 밀려오는 슬픔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비상구로 뛰쳐나가서 울다 들어오기를 반복한 2개월.


어차피 프로젝트 계약직이기도 했고,

제정신으로는 일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쉬는 편을 택했다.


이 마음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알 수 없었던 사실.

일을 그만두고 나니 그 수많은 생각이 밀려오는 시간을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부랴부랴,

정신줄을 반은 놓고 있는 내가 감당할 만한 단순 반복적인 사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서류가 나인지, 내가 서류인지 모를 일들을 하니

적어도 일하는 동안은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면 또다시 밀려드는 온갖 슬픔과 후회들이 나를 잡아채서 밤새도록 질질 끌고 다니며 괴롭혔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엄마가 내 인생을 살게 하는 이유는 아니었지만,

엄마와 나의 인생을 나눌 수 없는 삶은 생각해본 적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길고 긴 장마 같이 눅눅하고 침침한 이 슬픔의 끝이 있을까 싶었는데..

나와 비슷한 시간표를 보냈던 한 언니와 우연히 연락이 닿았다.


그리고 새롭게 마음을 다잡을 시간이 허락되었다.

(이 부분은 짧게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따로 써야 할 글이다.)


기나긴 장마를 지나,

드디어, 이 생각이 나를 찾아왔다.


'나,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지? 이제 뭐하면서 살지?'


이 마음을 잃어버리기 전에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인데...

예전부터 일해보고 싶었던 NGO 분야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런 나의 마음을 알고 있던 한 분의 소개로 NGO에 지원해 볼 기회가 생겼다.


문제는,

나의 전공과는 무관한 회계파트.


초등학교 4학년 이래 수포자(수학포기자)였던 나에게 친구들이 모두 물었다.


"너 할 수 있겠어? 네가?"

"다른 건 모르겠는데, 회계는... 너 괜찮겠어?"


일단, 이 마음이 사라지기 전에 어떻게든 해보기로 결심했.


임원면접까지 3번의 전형.

마지막에는 오히려 갑자기 나 스스로 두려워져서

내가 가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 모두가(나조차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NGO에 들어가게 되었다.


입사가 결정되고 나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들.


모든 직원이 사업장이 있는 지역에 여름봉사팀을 맡아 나가게 된다는 것.

회사의 해외사업장에는 아프리카 지부가 있다는 것.




아프리카...!

나에게는 세계의 빈곤을 논하는 대상이나, 낭만을 실현하는 곳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꿈꿨던 미지의 대륙을 처음 가게 된 해에 사람들이 나에게 계속 하던 이야기가 있다.


" 한 여름에 아프리카요? 어휴~ 너무 더우시겠네요."

" 더울 때, 피서를 가셔야 하는데, 더 더운 곳으로 가시니 힘드시겠다~"


아프리카 출장 2년 차가 되었을 때 씨익 웃으며 말했다.


" 아프리카는 여기보다 더 시원해요. 밤에는 춥더라고요~ 저는 아프리카 가는 게 피서예요!"


기나긴 장마가 끝나고, 나의 피서지가 아프리카가 될 줄이야.




덧.

앞으로 기록할 아프리카 이야기는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들입니다.

편견도 있고, 미숙함도 있는 글일 것이기에, 아프리카를 잘 알아서가 아니라 경험한 작은 퍼즐의 조각들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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