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기.
- 선생님, 문 열어 둘까요?
뽀얗고 말간 우리 반 아이가 마지막으로 나가며 물었다. 여름 내내 에어컨 덕에 "문 좀 닫아줘."라는 말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가을 공기가 성큼 느껴지고 나서는 창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오늘도 교실 창문과 앞문, 뒷문이 모두 열려 있으니 그대로 가도 되지만 아이는 한 번 더 나를 배려한 셈이다.
그 배려가 오늘따라 참 사랑스럽다.
종종,
- 올해는 안식년 같아.
라고 말한다. 노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자제하라는 여의 조언이 있었지만 이만하면 정말로 안식년스럽다.
비록 처음 하는 학년에, 처음 하는 업무에. 남들은 조금 기피하는 (혹은 아무도 신청하지 않은) 학년과 업무였지만 내게는 참 평온하다.
아마도 순하디 순한 아이들 때문이겠지.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그 노래 같은 소리를 들려줄 수 없어서 안타깝다. 우리 반 아이들의 순하고 사랑스러운 인사를 여기에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을 공기가 성큼이고, 아이들은 귀엽고, 곧 9월이고, 그리고 졸업시킬 생각을 하니 벌써 조금 서운하다.
불타는 사랑은 아니었지만 우리 참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