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기
다음 주는 어떻게 보면 가장 긴장해야 하는? 교평기간인데 나는 부쩍 화가 많아졌다.
교평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사람인지라 학부모와 학생들의 평가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즉, 나쁜 평가를 보면 어쩔 수 없이 기분이 나쁘다는 이야기.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단순한지라 교평 기간 근처의 선생님 모습으로 평가하기 마련이고 그래서 지금이 중요한데? 나는 평상시의 두 세배 정도로 화? 혼? 훈육? 기타 등등을 내거나 하고 있다. 11월이 다가오니 아무래도 긴장도 풀리고 나와도 편해지고 친구들과도 친해져 지금이 위기다. 거리가 있는 관계에서는 절대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가까워지면 기대하는 바가 많아지니 속상하거나 화나는 것도 많고 문제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게 바로 지금. 조심해야 한다.
초등교사가 교육보다는 보육이라는 말을 몹시 싫어하지만, 아무래도 저학년은 교육보다 보육일 수밖에 없고 고학년이 되고 보니 교육보다는 관계더라. 또래 사이의 관계, 집단과의 관계, 교사와의 관계, 부모와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 어른과의 관계, 이성과의 관계, 공부와의 관계, 문화와의 관계 등 모든 관계가 중요한 시기다 보니 그 중심추를 잘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쉽지 않다.
제 자리를 찾아 무게추를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나부터가 오뚝이처럼 흔들리니 쉬울 리가 있나. 그래도 아직 추를 내려놓을 자리를 못 정했다면 같이 추를 들고 고민은 해줘야지. 관계에 대한 어려움과 무거움과 두려움이 자꾸 13살 꼬맹이들을 짓누르는 게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