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는 생각이다
원래도 내가 이렇게까지 예민했나?
아니면 이젠 인지능력이 생겨서 나의 예민함이 다 느껴지는 건가?
이렇게까지라고 생각이 들자마자 스스로에게 미안했다
또 나를 부정하는 것 같았다
조금은 나아졌으면 하는 달라졌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늘 나를 괴롭힌다
여전한 거야?
그리고 나 자신이 버겁게 느껴진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그래서 일상에서도 신경 쓸 게 참 많다
카페가 가고 싶으면 다들 가고 싶은 카페 가면 되지 않을까?
난 그렇지 않다
그 공간이 내게 안정감을 주는지 소음은 어느 정도인지 음악 크기는 어떤지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같이 가는 상대방의 마음은 어떤지
이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집 밖을 나가는 순간부터가 나의 배터리는 닳고 있다
잘 체하고 설사하는 일이 잦다 그리고 위경련까지
어릴 땐 생각했다 이것은 분명 무슨 병일 거야
참고 참다가 내시경을 하면 같은 말만 듣는다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요?
난 순간 내게 묻는다
나 요즘 스트레스받았어? 난 괜찮은 것 같은데
그제야 나 요즘 힘든가? 뭐가 그리 힘들지? 돌아보기 시작한다
물론 요즘엔 수많은 연습으로 그 시간이 단축되긴 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라고 해둬야지
그래도 이건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나보다 주변 환경과 상대방을 더 민감하게 신경 써서 정작 내 몸과 마음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내 몸에서는 신호를 보낸다 괜찮지 않다고
설사나 체함으로
난 내 몸에서 스트레스를 다 흡수한단다
자주 아프면 참 피곤하다 스스로가
잔 병이 참 많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내 잔병들을 나열해본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위경련 위궤양
축농증은 이미 중학교 때 전신마취로 수술했다
고2 때 방광염이란 걸 겪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후론 매년 질염을 달고 산다 감기 같은 거라는데
한 번은 질염이 6개월을 낫지 않은 적이 있다 겪어 본 여자들은 알 거다 이게 얼마나 극강으로 예민해지는지를
pms는 엄청나다 운동도 안 하던 사람이 8시간 등산하고 난 후의 근육통 같은 것이 찾아온다
어떨 땐 너무 아파서 진통제를 먹고 자야 했다
생리통은 또 어쩔 거야 내 질속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은 느낌이다
치열 수술을 했다 몇 년을 화장실 갈 때마다 피를 봐야 했다
한 번 항문외과를 갔는데 그 기분이 너무 싫었다
그리고 그냥 설사약을 주고 두고 보자길래
그 후로 몇 년을 참고 참다가 다른 병원을 갔다 그때 내 병을 알게 됐고 그 당일 수술을 했다
그래도 수술 후엔 삶이 달라졌다
적어도 화장실 갈 때 피를 안 봐도 되니까 큰 일 보기 전에 긴장하지 않아도 되니까
지루성 피부염으로 약을 2년이나 먹었다 약을 끊어봤더니 그대로더라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바꿨더니 오히려 좋아졌다
공황장애 8년 차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잠시 더 이야기하자면 이것 참 불편한 병이다
어떨 땐 가스가 찬다 이걸 그대로 두면 정말 119를 불러야 하는 사태가 찾아온다
또 어떨 땐 설사다 이건 그나마 낫다 아프진 않으니까
어깨 통증으로 7년을 치료받았다 도수치료며 뭐며 안 받아 본 게 없다
요즘 느끼는 게 답은 내 일상생활과 운동이 답이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나 자신이 조금 안쓰럽기도 하다
친언니가 가끔 나를 보고 얘기한다
어떻게 사냐고
피곤하지만 다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