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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사자 May 14. 2024

아직 안 끝났어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는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스포츠다. 전후반 90분으로 시간이 정해져 있는 축구와 달리 야구는 한 회당 3명의 선수가 아웃이 되어야 공수 전환이 되고 총 9회의 공격이 마무리되어야 경기가 끝난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점수를 지고 있어도 이론적으로는 얼마든지 경기를 뒤집을 수가 있다. 그래서 야구 관련 명언들이 많은 것 같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요기 베라


  9회말 투아웃에서도 포기하지 말아야 함을 일깨워주는 인생 명언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방송에서 야구 경기가 진행 중인 것을 본디면, 어느 팀이 이겼는지 결코 속단해서는 안된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것 같아도 야구라는 경기는 후반부에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생 때 TV로만 보던 야구경기를 직접 볼 기회가 생겼다. 당시 형과 나는 프로야구에 빠져 있었고, 형이 아빠를 졸라 드디어 삼부자가 야구장을 가게 되었다. 우리는 표를 사는 방법을 몰라서 아빠가 야구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표를 사려고 하셨다. 지하철로 잠실 야구장을 찾아가면서 나는 잠실역이 아니라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려야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우리는 서울 사람이었지만 해태 타이거즈를 응원했고 나는 해태의 모든 선수들의 이름을 외우고 있었다. 현장에 오니 경기에는 집중이 안되고 파울볼을 잡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아빠는 야구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으셨다. 그렇지만 항상 야구를 보고 있던 우리에겐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다. 그리고 툭 던지듯이 한번씩 물어보시는 게 있었다.


"어디가 이겼어?"

"아직 경기 안끝났고, 해태가 이기고 있어요."


항상 경기는 누가 이겼는지 결과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듯이 아빠는 야구경기를 즐기시진 않았다. 그 긴 시간동안 TV로 경기를 보고 있는 아들들이 이해되지 않았을텐데, 지나가는 말로 늘 물어보셨다. 어디가 이겼냐고. 경기가 아직 안끝난걸 알고 계시지만 그런건 아빠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승부를 속단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경기인 야구에서 경기가 안 끝난 상황에 승리팀을 물어보는 아빠께 나는 늘 같은 대답을 돌려드렸다. 아직 경기 안 끝났다고. 나는 여전히 야구를 가장 좋아하지만 경기 자체를 챙겨보거나 하진 않는다. 나도 어느덧 아빠처럼 누가 이겼는지만 중요해지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시간이 더 지나면 우리 아이들이 야구를 좋아하게 되지 않는 한 그마저도 관심에서 사라져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Photo by Nathan shively i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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