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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사자 May 20. 2024

가라앉는 할아버지를 잡아드렸다

걱정스런 마음이 혼내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언젠가는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다. 불가능한 꿈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은 꽤 오래 걸릴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나가 수영을 해보고 싶다. 그 때는 어떤 장비의 도움없이 자유롭게 수영을 하고 싶다. 그러려면 일단 수영부터 배워야 한다.


  전에도 수영을 배우고 싶어서 수영 강습을 받은 적도 있다. 꽤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나는 좀처럼 늘지 않는 것 같았다. 수 업을 빠지지 않고 가야 그나마 실력이 늘텐데 한 두번씩 빠지는 날이 생기자 결국에는 도중에 그만두게 되었다.


  대학생 때, 동남아 여행을 갔다가 스노클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스노클링 하기에 좋다는 섬으로 가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는데, 마침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바다 한가운데 잠시 배를 정박하고 자유수영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수영을 못해서 구명조끼에 의지하여 물에 떠있는 게 전부였지만 유럽에서 온 젊은 애들은 갑판에서 물로 뛰어들고 아주 신나게 놀았다. 수영을 잘하는 그들이 부럽고 멋지게 보였다.


  나는 지금도 수영을 못하지만 물을 너무 사랑하는 아이들 덕분에 매해 워터파크를 간다. 그곳에는 유수풀이 있는데 육상트랙처럼 순환식이어서 힘 안들이고 떠다니며 놀기 좋은 구조이다. 깊이도 1m여서 위험하지도 않아 보였다. 그러나 흐르는 물은 깊지 않아도 위험할 수 있다. 게다가 연세가 많은 분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잘못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얕은 물에도 빠질 수가 있다.


  분명 나는 유수풀에서 물의 흐름에 따라 걷고 계신 할아버지 한 분을 보았다. 수영은 안하시더라도 물에서 걷는 것은 충분히 잘하고 계셨다. 몇 바퀴를 도시더니 잠깐 쉬고 싶으셨는지 유수풀장 벽면으로 손을 뻗으려고 하셨다. 그런데 벽이 생각보다 멀리 있었나 보다. 예상과 달리 손에 닿지 않자 흐르는 물에서 중심을 잃으시고 가라앉아 버렸다. 할아버지와 함께 오신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물에 빠진 것을 못보셨다. 오직 가장 가까이에서 나만 본 것이다.


  물에 빠진 할아버지의 양팔을 붙들고 일으켜 세워드렸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물까지 먹으신 할아버지는 많이 당황하신 것 같았다. 그제서야 할머니도 상황파악을 하시고 다가오셨다. 할머니도 놀라셨는지 걱정하는 마음으로 오히려 할아버지를 혼내신다.


" 아니, 왜  그래요?"


왜 또 넘어지고 그러냐는 말투로 조심 좀 하라고 할아버지를 혼내신다. 그 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수영장에서 다시 보진 못했다.


  내가 수영을 배우려고 했던 이유는 혹시라도 물에 빠졌을 때 스스로를 지키고, 가족들도 구할 수 있도록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지금 당장 수영을 못하긴 하지만 할아버지를 도울 수 있어서 좋았다. 먼 이야기겠지만 언젠가는 수영장을 넘어 바다에서도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을 정도까지 수영을 잘하고 싶다. 바다에서 또 다른 할아버지를 도울 수도 있으니까.





사진: UnsplashWyr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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