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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Sep 11. 2023

지나간 자리에 안도의 긴 한숨 자국이 드러났다.

김애란 소설집 ‘비행운’에 수록된 ‘하루의 축’ 중에서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비행운’은 여덟 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대학을 나오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청년들, 이상한 벌레가 자꾸 나오는 허름한 집에 살고 있는 신혼부부, 재개발 지역에 고립된 모자, 가족과 사회가 버린 막장인생 택시운전기사, 교도소에 가 있는 아들을 둔 50대 청소아줌마, 외모로 나를 만들어가는 직장인 여성, 가장 친한 사이지만 서로를 잘 모르는 친구들, 다단계에 들어가 빚을 지게 된 젊은 여성’이 등장한다. 


소설의 결말은 모두 열려있다. 무겁고 힘겨운 현실의 짐들이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여전히  얹혀있다. 그리고 그 짐들은 앞으로도 가벼워지지 않을 것 같다. 작가는 ‘삶은 본래 이런 거야’하고 말하는 것 같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밀려 나오는 한숨을 다 이해할 수 없기에 나도 한숨으로 화답한다.




김애란 소설집 ‘비행운’에 수록된 ‘하루의 축’ 중에서

어느 나라에서 불어와 어떤 세계로 건너갈지 모르는 바람이었다. 몇몇 항공기는 탑승동 그늘에 얌전히 머리를 디민 채 졸거나 사색 중이었다. 관제탑 너머론 이제 막 지상에서 발을 떼 비상하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딴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중력을 극복하는 중일 테지만 겉으로는 침착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얼마 뒤 녀석이 지나간 자리에 안도의 긴 한숨 자국이 드러났다. 사람들이 비행운이라고 부르는 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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