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의 ‘형사 마르틴 베크’ 시리즈
1960~70년대 스웨덴의 어두운 단면을 볼 수 있는 추리소설이 있다.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의 ‘형사 마르틴 베크’ 시리즈이다.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범죄소설의 형태를 빌어 표현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경찰 수사물을 창조했으며 그들의 작품은 범죄소설을 사회적으로 현실화하는 데 성공한 작품으로 기억된다고 한다. 주인공인 경찰 ‘마르틴 베크’는 유능한 경찰이지만 대단한 경찰은 아니다. 과묵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동료에게 의지한다. 자신이 속한 세계에 충실하지만 연민과 고뇌도 있다. 평범한 시민이자 성실한 경찰이다. 현실적이고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주인공은 소설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국내에 번역된 시리즈 중 일곱 번째 책인 ‘어느 끔찍한 남자’는 그 제목에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선 살인당한 피해자이다. 카빈총검으로 무참하게 난도질당한 그의 시신은 베테랑 형사들조차도 얼굴을 돌리게 만들 만큼 끔찍하다. 그리고 그의 생전 별명은 ‘세플레 출신의 끔찍한 남자’였다. 군인출신인 이 남자는 남성다움을 폭력과 강압에서 찾았다. 그리고 그는 경찰이다. 1960~70년대 스웨덴 경찰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끔찍한 남자’가 있다. 그는 바로 살인자이다. 그 역시 경찰이었다. 그 당시의 경찰조직의 부조리가 한 평범한 남자를 끔찍한 살인자로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그 살인자는 피해자이기도 하다.
‘선악의 저편’에 니체의 유명한 경고문이 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네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도 역시 너를 들여다본다.”
‘언더그라운드 니체(지은이 고병권)’에서 ‘심연’은 더 깊은 곳이라기보다 깊이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는 지점이라고 한다. 무의식들, 충동들이 근거 없이 어울리고 있는(어슬렁거리는) ‘근거 와해’의 지점이라고 말한다.
‘어는 끔찍한 남자’는 사회가 만든 괴물, 사회라는 괴물에 맞서기 위해 괴물이 되어 버린 끔찍한 남자, 오랫동안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보다 상식과 질서와 법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끔찍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의 ‘어느 끔찍한 남자’ 중에서
만약 당신이 정말로 경찰에 붙잡히고 싶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경찰관을 죽이는 것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통하는 진실이고, 스웨덴에서는 특히 더 그랬다 스웨덴 범죄 역사에는 해결되지 않은 살인 사건이 무수히 많지만 경찰관이 살해된 사건 중에는 미해결 사건이 한 건도 없었다
자신들의 동료 중 하나가 그런 불운을 맞으면 경찰은 평소보다 몇 배 더 정력적으로 움직인다. 인력과 자원이 부족하다는 불평은 싹 들어가고 여느 때라면 기껏해야 세네 명이 배정될 수사에 몇백 명을 거뜬히 동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