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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윅 Mar 05. 2023

행복한 무뇌충

어느 순간부터 생각을 멈추며 살고 있다. 나에게 생각이란 실존을 각인하는 장치이자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이유였것만, 지금의 나는 무뇌충과도 다름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평일엔 회사에서 영혼 없이 일을 하며, 하루 몇 타임은 또래 애들끼리 담배 피며 시시콜콜한 쓸데 없는 이야기들을, 퇴근 후엔 각종 모임 혹은 회식을 한다. 그러다 가끔 술자리가 없는 날엔 사람 가득한 닭장과도 같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주말에는 하루 종일 침대에서 폰을 붙잡고 낄낄 거리며 가끔은 넷플릭스 보다가 하루를 의미 없이 보낸는 여타 직장인과 다름 없는 삶을 산다. 


그렇다고 생각이 많았던 과거에 무언가를 열심히 했냐고 물어보면 막상 그렇지도 않다. 생각만 많고 그 잡념들이 나를 괴롭히기만 했을 뿐, 돌이켜 보면 그 고민과 번뇌들은 닭다리 하나 뜯어 먹는 것만 못하다.  


생각이 유일하게 빛을 보는 순간은,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적어내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혹은 생각을 현실화 하여 사업화 하는 것, 이 2가지가 아닌 이상 생각이란 그저 개인의 행복감을 저해시키는 질병일 뿐이다. 생각을 외부로 발산하지 않고 스스로의 가두리에만 머물러 있다면, 사람을 염세적으로 만들고 질병의 지름길로 인도 한다. 왜 많은 직업 중 작가의 수명이 가장 짧은지 알 것 같은 최근이다.


따라서 제3자가 보았을 때 현재의 내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인생일지 언정, 생각이 많았던 예전과 무뇌충으로서의 현재 중 언제가 더 행복했는가 자문했을 때 현재가 훨씬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다시 브런치에 와서 주저리주저리 글을 적는가 하면, 낮잠을 많이 자 잠이 들기 위한 한심하고 행복한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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