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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스릴러 캐리온

강요된 선택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by 다정한 태쁘 Mar 04. 2025

(책이 아닌 영화임 주의)


긴 연휴, 남편이 드디어 쌍꺼풀 수술을 했다.(ㅎㅎ 쌍수에 관한 이야기는 지난 글 참고) 쉬어야 할 줄 알았는데 의사의 조언은 의외였다. “많이 붓지 않으려면 움직이세요.”  남편은 아이들과 산책을 나갔고 혼자 남은 나는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며 영화를 보기로 했다. 내가 선택한 영화는 넷플릭스의 스릴러 캐리온 (Carry On). 긴장감 넘치는 전개, 주인공의 민첩한 사고와 행동력,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진심. 별점 5개 준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영화를 보며 생각했다. 소중한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우리는 정말 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감성형(F)이든 사고형(T)이든 우리의 선택지는 극도로 제한된다. 도덕적 가치, 윤리적 판단, 법과 질서.

이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우리는 늘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세상에는 옳음과 옳음이 충돌하는 순간이 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법을 어기는 것은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그 순간 법과 윤리를 지키는 것이 정말 옳은 선택일까?


주인공은 딜레마 속에 놓인다. 그는 소중한 사람이 위협받는 순간 더 이상 기존의 윤리가 유효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냉정한 이성과 도덕적 신념은 강요된 선택 앞에서 흔들린다.


종종 영화 속 주인공을 보며 “나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라고 가정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다르다. 막상 그 상황에 처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제대로 사고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이때의 본능이 곧 그 사람의 진짜 윤리의식과 가치관을 드러내기도 한다. 평소에 ‘나는 옳은 사람이다’라고 믿어왔더라도 극한의 상황에서 나오는 행동은 전혀 다를 수 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테이큰이 명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영화는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를 지키려는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정의로웠던 사람이 점점 잔혹한 선택을 하게 되고 자신이 지키려던 신념이 무너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캐리온의 주인공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가 단순히 영웅적인 결단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끝까지 인간다움을 유지하려 애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되 그것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길이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보통 도덕적 선택을 하는 것이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믿지만 때로는 인간이기 때문에 비윤리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순간도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해야 한다면 그 선택이 과연 비인간적인 것일까?


이때 중요한 것은, 그 선택 이후에도 우리는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떤 비윤리적 행동을 했다면 그 이후의 삶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그 행동을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할까?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있다. 사랑은 우리를 어디까지 이끌 수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극한의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주인공은 순발력과 지혜로 극한의 상황을 냈지만 나라면? 나는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나는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나는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나를 ‘인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영화는 끝났지만 질문은 여전히 머릿속을 맴돈다.


영화의 극적장치는 이를 선명하게 보여주지만 일상에서는 좀 다르다.

사소한 것 같아도 우리는 매번 ‘어떤’ 선택을 하며 산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이 나를 합리화시키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켜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나를 더 인간답게 만들어준다. 삶에 대한 태도에 관하여,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하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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