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의 비밀과 크리스마스의 진짜 선물
“엄마, 산타가 아빠야?”
매년 크리스마스를 기록했던 동영상과 사진을 보고 있던 첫째가 던진 말은 가벼운 농담 같았지만 산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드디어 왔다. 둘째도 덩달아 “이거 합성 같아!”라는 한마디를 보탰다. 두 아이는 추리라도 하는 듯 신나게 떠들었고 우리는 웃으며 얼버무렸다.
그런데 잠들기 직전 첫째가 속삭였다.
“엄마, 내가 많이 울어서 산타가 안 왔던 거야? 그래서 아빠가 대신 왔던 거야? “
작은 목소리였지만 마음에는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아이는 산타를 의심하면서도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믿고 싶어 했다. 그리고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그날의 울음, 투정, 실수까지.
“그래, 네가 좀 많이 울긴 했지.”
그 말을 듣고 아이가 잠시 움츠러드는 듯했지만 나는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너는 산에 가서 쓰레기도 줍고 친구가 거짓말을 해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이해했잖아. 산타는 그걸 다 보고 있었을 거야. 너는 다정하고 정직한 아이니까.” “산타가 바빠서 아빠한테 하청 준거야. 오늘은 오시겠지.”
막 지어낸 말이었지만 아이는 그 말에 조금은 안심한 듯했다.
산타의 비밀은 어른의 사랑
‘산타’라는 존재는 언제부터 아이들에게 중요한 상징이 되었을까.
크리스마스 아침
산타가 놓고 간 선물을 발견했을 때의 설렘.
그 설렘이 무너지는 날
아이는 산타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어른으로 한 걸음 다가간다. 하지만 그 비밀을 깨닫는 과정 속에서도 부모와 아이는 서로 눈치채지 못한 약속을 한다.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하며 이 순간을 이어가자.”
이 약속은 단순히 동심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건네는 다정한 거짓말이자 아이와 부모가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랑의 상징이다. 동심은 깨질지라도 부모의 마음은 여전히 그 안에서 아이를 감싸 안는다.
어릴 때는 산타가 진짜라고 믿는다. 그 믿음이 깨지는 순간 비밀 뒤에 감춰진 부모의 사랑이 보인다. 부모와 아이 모두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이 작은 연극은 사실 그 자체로 사랑의 표현이자 크리스마스의 진짜 선물이 된다.
오늘의 소중함
아이가 잠들기 전 나는 조용히 말했다.
“엄마 충전 좀 해줘. 너를 안아야 충전이 돼.”
아이의 작은 팔이 내 목을 감싸 안는다.
“엄마, 나도 충전 중이야.”
짧은 대화 속에서 나는 다시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언젠가 아이는 더 이상 내게 안겨주지 않을 것이다. 안아달라는 말을 부끄러워할 날도, 뽀뽀를 피하며 고개를 돌릴 날도 올 것이다. 그러니 오늘이 중요하다.
지금 아이를 안아줄 수 있을 때 안아주고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 때 표현하는 것.
크리스마스의 진짜 선물은 무엇일까? 선물 상자 속의 물건이 아니다. 산타를 믿었던 그 시절의 설렘, 부모와 아이가 서로를 사랑으로 이어주는 마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함께 나누는 따뜻한 시간.
아이의 성장과 함께 산타는 사라지지만
사랑은 남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랑을 기억할 것이다.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 뇌의 주름마다 남아있길.
-헤르만 헤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