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력에 대한 오해(Feat. 원씽)
(원씽/게리켈러, 제이파파산)
1. 의지력은 심리학에서 자기 조절력(self-regulation)이라고도 불리며,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의 행동, 감정, 생각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우리가 의지력을 잃는 이유는 약해빠진 나여서가 아니라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지력은 마치 봄날의 눈처럼 생겼다가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면, 말 그대로 사라지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게 된다.
입으로만 다이어트를 한다. 아가리어터(어감이 좋지 않아 자주 쓰는 말은 아니지만 이만큼 충실하게 입으로만 하는 다이어트를 표현한 단어를 찾지 못해 쓴다.), 오늘 저녁은 먹지 않겠노라 다짐을 하지만 참다 참다 밤 12시가 되어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 낮의 결심이 무색해진 나와 마주할 때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그냥 저녁을 먹을걸’ 짧은 후회가 든다. 후회는 찰나일 뿐, 끓였던 라면을 개수대에 쏟아붓지 못하고 국물까지 비워낸다. 배가 부르면 그제야 찾아오는 현실자각타임. 밉다. 내가 이것밖에 안되나 싶은 자괴감이 든다.
2. 연구에 따르면, 의지력은 제한된 자원이며, 한 번 사용하면 소진될 수 있다. 이를 의지력 고갈(ego depletion)이라고 한다.
의지력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
의지력은 내가 가진 자원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정성스럽게 관리해야 한다. 100의 의지력을 쪼개어 나누어 쓰고 다 쓰고 나면 다시 채워야 하는 것이다.
아예 굶어버리는 것은 마치 댐의 수문을 한꺼번에 열어버리는 것처럼 식욕에 대한 나의 의지력을 빠르게 소진시키기 때문에 이제 저녁을 굶지 않는다. 조금 일찍, 소량 먹는다.
의지력에 대해 생각하고 주의를 기울여라.
강력한 통제력을 가진 습관을 만들 때 의지력에게 지구력이 생긴다.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올바른 습관이라는 씨앗을 선택하고 그것이 단단히 뿌리내릴 때까지 정성껏 가꾸어야 한다. 이러한 습관이 당신의 일부가 된다면 다른 사람들은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라고 평가하지만 스스로는 그 일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된다.
운동이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운동이 습관이 되지 않은 사람은 하루만 하고 마는 게 운동이다.
나의 하루는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짬이 나지 않는다. 엄마손이 만능인 어린아이 둘을 양육하고 있는 워킹맘이다. 오전 7시부터 아이들 등교준비, 회사에 출근해서 퇴근을 하고 나면 다시 집으로 육아 출근을 한다. 하루에 출근을 두 번 하는 것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더 편하다는 건 워킹맘 거의 전부가 공감할 거다.
워킹맘의 하루는 마치 타이트한 퍼즐과 같아서 빈틈없이 촘촘한 그 시간에 운동할 시간을 찾는 것은 바늘구멍에 실을 꿰는 것처럼 어렵다.
이런 나에게 저녁 8시 요가수업을 듣는 것은 사치다.
하지만 운동을 해야 한다. 더 정확하게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아프다(20대까지 운동을 왜 해야 하는지 몰랐는데, 너도 나이 먹어봐라는 말이 체감되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출근하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수다를 떠는 대신 오전에 한 번, 잠이 쏟아지는 오후에 한 번 1층부터 13층까지 하루 총 10분 계단을 탄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회사 가까이 있는 뒷산을 간간히 등반하고, 요가 동호회에서 월수금 요가를 한다(물론 3번을 모두 가지 못하지만 적어도 2번은 가려고 노력하고 못해도 한 번은 가서 근육을 찢고 오면 오운완의 행복감을 느낀다.).
그리고 가끔 남편과 해변공원 러닝을 한다. 매일 매주 하지는 못하지만 컨디션 좋고 뛰고 싶은 날, 아이들이 일찍 자서 육아퇴근이 빠른 날은 러닝 후 맥주 한 캔의 꿀맛에 흠뻑 취한다.
일상의 운동에 대해 누군가와 얘기할 때 상대방의 반응은 보통 대단하다, 부지런하다, 나는 그렇게 못한다라고 한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의지력을 현명하게 분배한 결과일 뿐이다. 계단은 그 앞에만 가면 어떻게든 올라갈 수 있고(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오히려 더 걸릴 때가 많다.) 점심시간 운동은 맛있는 점심 일주일에 한두 번 포기하고 구내식당 가면 되는 것이다.
운동을 하기 위해서 엄청난 무언가를 준비하다 보면 지쳐버린다. 운동하러 가는 곳이 너무 멀거나, 비용이 너무 비싸거나, 시간을 너무 많이 할애하면 운동하려는 의지력은 운동을 하기 전부터 꺾여버리게 되는 것이다.
3. 의지력은 훈련과 연습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 명상, 운동, 건강한 식습관 등의 훈련을 통해 의지력을 강화할 수 있다.
운동뿐만 아니라 독서, 글쓰기, 평소 내가 하고 싶지만 의지가 부족해서 하지 못한 일들을 떠올려보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고 사소한 루틴을 만들어보자.
의지력은 무한정 공급되는 것이 아니므로 가능한 쓸데없는 곳에 의지력을 태워버리지 말고, 전략 게임의 자원처럼 현명하게 투자해야 한다. 의지력이 가장 높을 때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단 한 가지만 하면 된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의지력을 과대평가한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 하지만 그것은 실현 불가능한 욕심일 뿐이다. 나의 일상 운동은 처음에는 의지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지속 가능한 작은 습관'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습관은 더 이상 의지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된다.
오늘도 "운동해야 하는데..."라며 망설이고 있는가? 거창한 계획 대신,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작은 운동부터 시작해라.
- 월터 미셸 (Walter Mischel)
참고
1. (출처: Baumeister, R. F., & Vohs, K. D. (2007). Self-regulation and personality: How we control our thoughts, feelings, and behavior).
2. (출처: Baumeister, R. F., & Vohs, K. D. (2007). Self-regulation and personality: How we control our thoughts, feelings, and behavior).
3. (출처: Lally, P., Van Jaarsveld, C. H. M., Potts, H. W. W., & Wardle, J. (2010). How are habits formed: Modelling habit formation in the real world. Health Psychology, 30(3), 403-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