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Non, je ne regrette rien」
옛날에 아주 잠깐 프랑스에서 살 때의 일입니다. 말이 프랑스지, 독일 국경과 맞닿은 곳이어서 그럭저럭 독일어로도 생활할 만한 동네였어요. 그렇다면 제 프랑스어 실력이요? 네. 거의 못 한다고 봐야죠. 참고로 이 글은 시시콜콜한 옛날 연애 얘기예요.
독일에서 어학원을 다닐 때 반에 프랑스어를 쓰는 친구들이 꽤 많았어요. 프랑스에서 온 친구들은 당연했지만 스위스, 그중에서도 프랑스어를 쓰는 지역에서 온 친구들까지. 앙가지몽~ 같은 발음을 하루 종일 들으며 공부했었죠.
봉주르, 메르시 정도밖에 몰랐지만 어떻게 그 친구들이랑 친해졌더라고요. 그러다가 제 눈에는 바바라 팔빈이랑 똑같이 생겼던 한 친구와 잠깐 눈이 맞았었죠.
그 친구는 프랑스인이었어요. 파리지앵은 아니었지만 파리지앵 같은 멋을 아는 친구였죠.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심지어 밥 먹었냐는 대화도 제3 국의 언어를 쓰지 않으면 통하지 않았죠.
사실 연애라는 게 그래요. 간장계란밥조차 만드는 법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같이 숟가락을 쓰는 게 연애잖아요. 저는 간장계란밥이라는 존재를 모르는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더라고요.
외국어로 뭔가 말을 하려다, 막히면 서로 맞추는 것이 재미였던 둘이, 어느샌가 막히면 입을 다물게 되더라고요. 크리스마스 마켓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 스트라스부르에 작은 원룸을 구해 살았는데 결국 저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커녕 날이 쌀쌀해지기도 전에 원룸을 나왔죠. 유럽에서 이사가 쉽지가 않아서 돈도 많이 들었었는데... 그 짓을 다시 반복했죠.
사실 남들이 보면 아 저 친구 외국어 잘하네.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한 번도 제가 외국어를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깊은 속마음, 간장 계란밥 만드는 법, 갈비뼈와 소장 사이가 아프다는 말도 못 하면서 뭘 잘한다고 떠드나요.
가끔 후회는 돼요. 조금만 더 참을성 있게, 조금만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조금만 더 그녀가 만든 어니언 수프를 맛있게 먹었더라면 언젠가는 서로 눈빛만으로도 대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예요.
그런데 후회하면 뭐 하나요. 이미 몇 년은 지난 일이고 그 짧은 반년은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 되었는데요. Non, je ne regrette rien.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