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싫어하는 사람 밑에서 살아남기 실패~
부장님은 나를 싫어하는 것을 티를 많이 냈다. 사회초년생이고 처음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 특히, 나를 싫어하는 것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꽤나 가혹한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그 정도로 티를 냈던 것은 아니였다. 아니, 티를 냈지만, 나를 대신할 사람이 있었다. 바로 A과장님이였다. A과장님은 '과장'이라는 직급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경력은 십몇년이 있었고 그때 당시에도 인원이 부족했던 우리 팀의 많은 업무를 쳐내고 계셨다. 하지만 왜인지 부장님은 그 과장님을 싫어했고, 사회생활을 처음하는 내가 들었을 때도 화날 정도의 막말을 하곤 했다.
"너는 이때까지 일을 어떻게 하고 다녔냐? 이딴 식으로 일하고 돌아다니니까 카피나 하고 다니지."
"제대로 배운 것 없이 일하는 게 경력이야?"
이외에도 여러가지 사람의 자존심을 긁는 말들을 했다.
그래서 A과장님은 그 부장님 때문에 회사를 나가게 되었다. (나갈 때, 나에 대한 걱정도 하셨다. 아마 내가 다음 타겟이 될 걸 알았기 때문이겠지?) 심지어, 과장님이 나갈 때, 부장님은 배웅조차 해주지 않았고 그냥 다른 볼일을 보러 가셨다. 정말 무슨 일이 있어서 까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일부러 그랬다면 너무 쪼잔한 일 아닌가? 그때 나는 내가 다니는 곳이 회사인지, 유치원인지 고민했다. 이렇게까지 유치하다니.
유치고 나발이고, 이제 나는 고스란히 부장님의 싫음을 받아드려야 했다. 물론, 내가 부족했다는 것을 안다. 이제 막 학교를 졸업했으니, 당연히 서툴었을 것이고, 내가 하는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 대한 막말을 정당화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이니 잘하는 게 이상한 일이고, 만약 들어오자마자 잘했으면 그 부장자리는 내 자리였겠지.
부장님은 나에게 많은 말을 하고 다녔다.
"ㅁㅁ가 너 되게 잘한다고 했는데, 잘 하는 모습 도대체 언제 보여줄거니?"
(이 말을 새로운 팀장님 왔을 때 했다. 내 이미지를 밥 말아먹게 해주었다.)
"쟤가 하는 모든 행동 다 지적할 수 있겠어. 이제는 걷는 것도 지적 가능하겠다. 나 꼰대야?"
(내 뒷통수에서 이 말을 했다. 내가 팻말 위치를 잘못 정해서 떼고 있었을 때다.)
"너는 도대체 여기 들어온 이유가 뭐니? 다른 팀 시다바리 짓이나 하러 왔니? 그럴거면 여기 왜 앉아있냐! 네가 여기서 하는 일이 도대체 뭔데. 이럴거면 나가라."
(이거는 사람들 다 있는 곳에서 한 10분 동안 극대노했던 것 같다. 타부서 사람들도 다 쳐다봤다. 노발대발 소리를 질러가면서 화를 냈다. 내가 왜 이렇게 했는지는 들어주지 않았다.)
등등 하도 많아서 기억이 안날 지경이다. 많은 말들도 바락바락 나를 긁어냈다.
더욱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부장님의 업무지시였다.
부장님은 실무를 손 놓은지 이미 십년은 훌쩍 넘겨서인지, 윗 상사분들의 이야기와 전혀 다른 디렉션을 주었다. 내가 직속 상사에게 물어보아서 프로젝트를 해가면, 부장님은 이런 식으로 해오면 어떡하냐고 하면서 다른 방향을 알려주었고, 그 말에 따라서 진행하면 지나가던 상사분이 물어보는 형식이였다.
"ㅇㅇ아, 왜 이렇게 하고 있어?" 이러면 나는 "아, 부장님이 이 방식으로 하는 게 맞다고 하셔서요." 하면, 상사분은 아련한 눈빛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가끔은 이런 말도 덧붙여주었다.
"ㅇㅇ아, 다른 곳 가서는 이렇게 하면 안돼. 원래 이런 방식으로 하면 안되는거야. 지금은 부장님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ㅇㅇ이 이직하면 내가 알려준 방법으로 하면 돼."
(그때 이 말을 새겨들었지만, 결국 나는 이직하지 않았고 그냥 냅다 퇴사만 했다.)
그때 당시에도 부장님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나는 내가 퇴사를 하고 마음이 가벼워지면 부장님에 대한 생각도 바뀔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욱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나를 미워할 일이 있었을까 생각이 든다. 왜 그렇게 나를 싫어했냐고, 미워했냐고 묻고 싶지만, 그걸 묻고자 만나고 싶지는 않다.
이해가 안되지만, 그래도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더 이상 부장놈 아니, 부장님을 보면서 분노를 품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나와는 상관이 없는 사람이 되었으니, 그냥 그저 그런 불쌍한 사람이 있다 정도로 생각된다.
상사가 나를 노골적으로 싫어할 때 어떻게 할 수 있을 지 알려주는 멋진 글이 되면 좋으련만, 나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 밑에서 살아남기] 프로젝트를 실패했다. 기발한 해결책도 통쾌한 사이다 복수글도 없지만, 나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썼다고 생각한다. 퇴사라는 것이 누구에게는 도망치는 것을 보일 수 있겠지만, 후회는 없다. 거기에 계속 있었다면, 도망치지 않았다면, 나는 분노에 잠겨서 하루를 불행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튼 나의 퇴사에 부장님이 톡톡히 한 몫을 해주었고, 그 덕에 지금 여러가지 도전을 하고 있으니 이건 감사한 일일지도. (물론 진짜 감사한 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