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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일본인 직원에게 인스타 물어본 썰

by 관새로이

집으로 가기 전, 깨진 멘탈을 회복하기 위해 가까운 스타벅스에 들렸다.

한국인스럽게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고 매장에는 여러 나라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그중 유일한 아시아 직원이 눈에 들어왔다. 작고 귀여운 분위기에, 왠지 일본인일 것 같았다. 또 예전에 일본 여행에서 느꼈던 라멘집에서의 프로페셔널한 일본인의 태도도 그녀에게서 느껴지기도 했다. 그냥 솔직히 귀여웠다.


그래서 멘탈 깨진 나는 모르겠고 모든 신경들이 그 직원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순간적인 말을 걸어보고 싶다는 본능이 강하게 올라왔다. 내가 왜 이러나 싶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저 사람과 친해질 수 있을까?'

머릿속에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뭔가 이 스타벅스를 나가기 전에 시도하지 않으면 크게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목표를 정했다.

‘말을 걸고,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물어보자.’

이게 지금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최선이고, 관계 발전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했다.

스타벅스 안에서의 나

그 직원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러운 타이밍을 노렸지만, 오히려 각 잡고 시도하려니 오히려 더 어려웠다. 내 앞을 지나갈 때마다 목구멍까지 말이 차오르기도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무언가 핑계가 필요했다. 그래서 커피를 다 마시고 나가는 타이밍이 가장 자연스럽겠다고 판단했다. “같은 동양인이니까, 먼저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자”라는 계획도 세웠다.


그리고 드디어 첫마디를 걸었다. 예상대로 일본에서 온 친구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워킹홀리데이로 온 거야?”, “여기서 일한 지 얼마나 됐어?”

그 친구는 온 지 1년 가까이 되었고, 곧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스타벅스도 곧 그만둔다고 했다.

그 대답에 벌써부터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은 직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 예감을 잠시 뒤로 한 채, 나는 요즘 이력서를 돌리고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어떻게든 공감대를 만들어보려는 시도였다.


그렇게 대화가 충분히 길어졌다고 느꼈을 때, 마지막으로 목표였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물어봤다.

“혹시 너 팔로우해도 될까?”

다행히 흔쾌히 나에게 알려주었고, 일단은 목표를 달성했음에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이런 내 모습이 낯설고 신기했다. 한국에선 상상도 못 했을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이런 성격도 아닌 데다가 심지어 아일랜드에서 영어로 이랬다는 게 스스로도 이런 내가 어이가 없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의 나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황을 곱씹어보니, 솔직히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대화 중에도 나에게 특별한 관심이 느껴지지 않았고, 잘 맞는다는 기분도 없었다.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보통 내 직감은 정확했다.

내 직감이 틀리기를 바랐지만 집에 돌아가서도 팔로우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시작조차 못 하고 끝난 셈이다.


솔직히 아쉬움이 남았지만 적어도 용기를 내어 시도했다는 사실만큼은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었다. 시도한다고 해서 잃을 것도 없고, 최악의 경우 잠깐 민망한 정도니까. 그래서인지 결과와 상관없이 속이 후련했다.

결국 나는 인생을 조금 더 즐길 필요가 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일랜드에서 나에게 이런 마인드가 더욱 필요하기도 했다. 이 해프닝은 어쩌면 훗날 내 아일랜드 라이프에 조금은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가끔 꺼내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재밌는 추억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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