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처음으로 모임에 가는 날이다.
여러 개의 언어 교환 모임이 있었는데 먼저 Korea meetup에 가기로 했다.
이 모임은 더블린에 있는 한 코리안 펍에서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이런 자리들이 좀 어색하기도 하고 처음이라 한국 관련된거라면 조금 부담이 덜 할 것 같았다.
사실 속으로는 이런 모임들이 별로 땡기지는 않았다.
성격상 좋아하지도 않고 가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타지에 왔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여러가지 기회를 계속 만들어야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난 지금 이 곳 아일랜드에서 친구고 뭐고 정말 아무것도 가진게 없기 때문이다.
또 영어 쓸 일도 자꾸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래서 그냥 당분간 꾸준히 나가보기로 마음 먹었다.
모임 장소에 왔을 때, 난 왜이리 긴장을 달고 사는지 역시나 또 긴장 되었다. 사람들은 긴 테이블에 나란히 서로 마주 앉아 조용히 대화를 하고 있었다.
예상 외로 한국인은 별로 없었고 여러 국적에서 온 외국인들이 훨씬 많았다. 심지어 운영자들조차 외국인이었다. 다들 친절히 처음 온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기네스를 주문하려고 줄을 서니, 아까 테이블에 있던 모임 사람들도 함께 서있었다.
기회다 싶어서 말을 걸었다.
"아까 너네 저기 테이블에서 봤는데 Korea meetup 에서 온 거 맞아?", "난 한국에서 왔고 오늘 처음 왔어."
그 친구들은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주문하면서 서로 가볍게 스몰톡을 나누니 긴장도 조금씩 풀렸다.
내가 걱정했던 것과 달리 딱 적당한 텐션을 유지하며 대화도 잘 이어갔고 꽤 잘 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안의 또다른 나를 보는 듯했다. 내가 이런 면에 장점이 있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과도 인사하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금 힘들었던 건, 내가 어찌저찌 말을 해도 돌아오는 대답을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여러명에서 대화할 땐, 절대 껴들지도 못할 정도였다.
영어를 잘 못하니 당연한 일이다. 근데 영어가 부족해서 내가 가진 장점들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게 싫었다. 그런 대화가 지속되자 나도 점점 지루해지고 그냥 그렇게 끝나나 싶었다.
그런데 저 반대편에 있던 어떤 girl이 우리 테이블로 오더니 '남은 치킨 먹을래?' 하고 물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또다른 대화가 만들어졌다. 그 친구는 이탈리아에서 온 친구였다.
더블린에 살진 않았고 잠깐 여행 온건데 마지막날 여기 Korea meetup에 온 것이었다.
그 친구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었다. 대화를 조금 나눠보니 착한 사람인 것은 분명했고 순수함도 느껴졌다. 영어는 잘 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게 나에게는 더 편안하고 대화에 더욱 집중도 잘 됐다.
살면서 이렇게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우리는 한국과 이탈리아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이 친구는 한국 드라마를 소개하는 인스타도 운영하고 있었다. 대화에 점점 몰입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갈 무렵에는 서로 인스타도 교환했다.
집으로 돌아가며 오늘 모임이 꽤 만족스러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 친구 덕분이기도 했다. 이 친구가 더블린에서 계속 머물렀다면 자주 대화하고 놀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만난 좋은 사람들은 곧 떠나는 사람들이었다. 아쉽지만 훗날 나에게 무언가를 주기 위한 이유가 있어서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던 중, 그 이탈리아 친구에게 디엠이 왔다. 오늘 재밌었다고 한국어 가르쳐줘서 고맙다는 인사였다.
나도 아까 인사 제대로 못한 것 같다고 재밌었다고 답장했다. 어쩌면 이탈리아에서 그 친구를 다시 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때까진 몰랐다. 이 친구와의 첫만남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