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에게 임신을 강요한 사람이 없었을뿐더러, 나조차도 아기가 생긴다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당신의 노후보단 자식들에게 헌신하고 교육시키느라 고생을 많이 했던 우리 엄마를 보자 하면 더욱이 “자식”하면 왠지 모를 부담감이 먼저 떠오르기도 했다.
게다가 나는 게으름과 주기적인 무력감이 기본적으로 탑재되어있는 성격에, 먹을 것이라 하면 가리는 것 없이 끝도 없이 들어가는 식욕의 소유자. 청소는 말할 것도 없이 서툴고 좋아하지 않으며 일을 좋아해서 일에 몰입했다 하면 순간 다른 것들은 안중에도 들어오지 않는 성격이다.
그래도 좋은 점은 성격이 그다지 예민하지 않고 대충대충 넘어가는 점. 가족, 친구, 나의 반려견을 아끼고 신랑을 너-무 사랑한다고 자부한다는 것이다.
이런 내가.. 아이라니?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그러나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충대충 넘어가는 성격이 나의 임신과 출산에도 한몫 기여하게 되었다.
신혼 2년 차,
‘여자와 남자는 결혼 적령기에 결혼 후, 여자는 아기를 임신-출산하고 그렇게 아이를 키우며 안정적이고 평범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산다’라는
행복, 안정적, 평범_ 어찌 보면 굉-장히 막연하고 정답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문장을 어릴 적부터 우리 엄마에게로부터 자주 듣곤 했다.
어느 날, 친구가 그러더라
“언니, 왜 언니는 결혼도 하고 아기를 갖고 싶어? ”
나는 이에 대한 대답으로 “그냥, 난 왠지 아기 한 명은 꼭 있었으면 좋겠어서..”라고 대답했다.
엄마의 바람 속에 나의 머릿속엔 이미 결혼 후 다음 과정이 정답처럼 자리 잡은 탓일까 아니면 여자로서의 본능이었을까.
'왜 아기를 낳고 싶은지',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사람인지”에대해선 깊게 생각하지 못한 채 “왠지?”라는 막연한 마음으로 내 인생의 임신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