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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 Mar 17. 2023

어느 중학생의 하루.

아들 이야기

중학생이 된 지 열흘 남짓.

아이의 일상이 달라졌다.

기상 시간은 1시간이 빨라졌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늦어졌다.


아침 6시 30분. 아이의 방에서 알람소리가 들린다.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지만 아이가 재빨리 알람을 끄고 이불에 얼굴을 파묻는 것은 안 봐도 비디오다.

아이는 정확이 5분 간격의 알람이 두 번 더 울린 후에 졸린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온다. 잠을 깨려 물 한 잔을 마시고 아침밥을 먹는 동안 밤새 온 알림이 있는지 휴대폰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등교 준비를 끝내고 시간이 남으면 또 인스타그램을 본다.


처음엔 아이의 그 행동이 마땅치 않았다. 초등 내내 등교 전 아침 시간은 영어영상 보는 것이 루틴이었던 아이었기 때문이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던 것도 잠시 아이를 이해해 주기로 했다. 잔소리를 하고 싶을 땐 내 모습을 돌이켜본다. 그러면 의외로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순간들이 많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약속은 필요하다. 어른인 나도 sns를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데 아이에게 온전하게 맡긴다는 것은 또 다른 다툼과 갈등을 만든다는 것을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생이 되니 하교 시간이 확실히 늦어졌다. 일찍 오는 날은 오후 4시, 늦는 날은 6시 가까이 되니 말이다. 아이의 학교는 사교육을 금지하고 있어 영어, 수학 학원은 다닐 수 없다. 그렇지만 취미를 위한 예체능 정도는 허용을 하기 때문에 피아노와 운동은 아직 다니고 있다. 아이가 좋아해서 보내고는 있지만 집에서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고민이 많다. 그나마 일찍 하교하는 날은 피아노 학원을 가고, 태권도는 주 3회를 가기 때문에 아이의 일과가 끝나는 시간이 빠르면 9시 30분 늦으면 10시 30분이다. 쉴 시간조차 부족한 아이에게 남은 학원들도 정리하자 했지만 좋아하는 것들이니 쉽게 포기가 안되나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하루에 낮잠이라고는 모르던 아이가 지쳐 잠이 들기도 한다.


저녁이 되면 1시간 정도는 독서를 해왔고, 영어영상도 하루 1시간은 봤었고, 수학 공부도 정해둔 건 없지만 하루 한 문제씩이라도 꾸준히 푸는 것이 우리 집 아이들의 루틴인데 지금은 지킬 수가 없다. 3월 한 달은 지켜보며 수정하자 생각했지만 그게 무엇이던 모두 불가능하겠다는 것이 결론이다.


아이가 중학생만 되어도 엄마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던 터라 초등 때 공부 습관을 잡아주려고 애썼다. 너무나 바뀌어버린 아이의 일상에 그동안 해왔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멈춰졌다. 하루 이틀은 불안했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도 했지만 내 의지로 바뀔 상황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졌다. 그동안은 내가 공을 잡고 이리 굴릴까 저리 굴릴까 고민했다면 이제는 공이 아이에게로 넘어갔다.


아이의 모습을 지켜본다.

아이는 인스타그램도 하고, 카톡도 하고, 유튜브도 보는 등 휴대폰을 들고 있는 시간이 예전에 비해 늘었다. 그렇지만 잠깐이라도 책을 집어 읽기도 하고, 수학 문제를 풀기도 한다. 그토록 원했던 스스로 하는 마음이 조금은 싹트는 걸까? 그게 나만의 착각이더라도 지켜보는 엄마가 되어주련다.


그동안 열심히 물도 주고 거름도 주었으니 이제는 너만의 싹을 예쁘게 틔워주길. 거름이 필요할 땐 언제든 손을 내밀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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