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 결심
추운 게 너무 싫어 언제 겨울이 지나가나 싶었다.
아이들 방학이 긴 탓이기도 했겠지.
아이들의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니 자연스레 봄도 따라왔다.
운동이 싫은 나는 딸아이의 늘어가는 체중을 보면서도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집 밖으로 한 걸음만 내딛으면 잘 나왔다 싶은데도 그 한 걸음이 어찌 그리 천근만근인지.
매번 운동을 하자 다짐하지만 차일피일 미루기를 여러 번.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집을 나섰다.
추우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도 잠시.
운동하기에 안성맞춤인 듯한 기온이 기분 좋은 출발을 선물해 주었다.
올해 5학년이 된 딸은 산책로에 들어서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속사포처럼 하루 일과를 쏟아냈다. 집에 있을 땐 아이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한 적이 많았는데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니 아이도 나도 마냥 편안하고 좋았다. 30분쯤 걷다 도서관 옆 공원에서 스트레칭을 했다. 밝게 켜져 있는 도서관 불빛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아이와 잠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야간의 도서관은 낮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누군가는 취업 준비를, 누군가는 시험 준비를, 또 다른 누군가는 여유로운 시간을 갖기 위해 어두운 이 시간 도서관을 찾았겠지. 각기 다른 이유들로 도서관을 찾았을 그들이지만 초롱초롱한 눈빛과 열정만큼은 모두 같아 보였다. 열심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분위기를 아이와 함께 나누고 싶어 잠시라도 그들 틈에 섞여 있고 싶었지만 아이는 집으로 가고 싶어 했다.
그래, 오늘은 이 풍경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해.
봄이 오고 운동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 사이 어딘가 즈음 운동과 도서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 나의 마음도 조금씩 움트고 있다.
엄마 욕심 끝도 없다.
더운 여름이 오기 전까지 꾸준히 걸어보자.
나오니 좋구나.